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FIFA 클럽월드컵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내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미국 연방정부는 6억 2500만 달러(약 8721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각 도시가 추가로 담당해야 하는 비용은 최대 1억 5천만 달러(약 2093억 원)로 부담이 작지 않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FIFA 클럽월드컵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내년 북중미월드컵에서 미국 연방정부는 6억 2500만 달러(약 8721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각 도시가 추가로 담당해야 하는 비용은 최대 1억 5천만 달러(약 2093억 원)로 부담이 작지 않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월드컵을 “세대에 한 번 올 기회”라며 미국의 위상을 과시할 기회로 강조했지만, 정작 개최 도시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둔 정치 일간지 ‘폴리티코’는 1일(한국시간) “2026북중미월드컵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대회 예산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6억 2500만 달러(약 8721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각 도시가 추가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최대 1억 5천만 달러(약 2093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이어 “문제는 국제축구연맹(FIFA)와의 구조적 불균형이다. FIFA는 스폰서십, 티켓, 방송권 등 주요 수익을 독점하는 반면, 도시들은 경기장 개보수, 교통, 치안, 팬 페스티벌 등 공공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무료 개최가 원칙인 팬 페스티벌은 하루 최대 100만 달러(약 13억 96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돼 일부 도시는 규모 축소나 대체 이벤트를 검토 중이다. LA는 FIFA의 승인 밖에 지역 행사를 병행하려다 제재 위협까지 받았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는 단일 조직위원회가 모든 권한을 갖고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11개 도시가 각각 FIFA와 직접 계약을 맺는 분산형 구조다. 이 때문에 협상력이 떨어지고 비용 압박은 고스란히 지역 정부와 구단,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텍사스와 조지아 등 일부 주정부가 보조금을 마련했지만, 많은 도시는 예산 삭감과 갈등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치안 문제와 정치적 불확실성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북중미 지역은 최근 총기 사건과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민 정책과 관련한 외부인 배격 정서 역시 대회를 둘러싼 긴장 요인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치안과 인권 문제로 비판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미국 월드컵의 경우 그 파급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레거시(legacy)’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대회가 끝난 뒤 남는 것은 막대한 적자와 부채라는 지적이 반복되는 가운데, 일부 도시에서는 월드컵 개최가 지역 발전을 이끄는 촉매제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재정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폴리티코’는 “월드컵이라는 브랜드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축복은 아니다”라며 “이번 대회가 FIFA의 이익 독점 구조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