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존중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JTBC 예능 ‘한끼합쇼’가 이런 흐름을 ‘간과’한 채 불편한 웃음만 강요하다 방영 8회 만에 종영하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2차례 연속 한끼 실패가 종영 명분이 되긴 했지만, 시청자들은 ‘섭외 실패’를 넘어 프로그램의 ‘콘셉트 실패’가 폐착아니었냐는 따끔한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끼합쇼’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정집을 불시 방문해 함께 식사하는 콘셉트를 품고 있다. 전작인 이경규·강호동의 ‘한끼줍쇼’는 2016년부터 4년 간 인기리 방영됐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부득불’ 막을 내려야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시기를 통해 사회 전반에는 사생활 존중 문화가 보다 깊이 뿌리내린 탓도 있었다.

‘한끼합쇼’는 여기에 남의 집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꺼내 요리한다는 포맷을 더했고, 시청자 사이에 갑론을박을 낳기도 했다.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핵심 설정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같은 연출은 특히 프로그램의 재미로 소비 되기 보다 불편한 장면으로 지적받으며 일부 빈축을 샀다.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것 자체가 불청객’, ‘냉장고까지 열어 보는 건 선 넘었다’는 시청자 반응이 그 예다. 최근 불거진 배우 김승우의 자택 방문 해프닝은, ‘한끼합쇼’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말았다. 제작진이 그의 집을 불시 방문해 수십분간 촬영을 진행했고, 김승우 측은 ‘우발적 상황이 담긴 그림은 드러내지 않는 것도 공중에 대한 예의’임을 강조하며 방송하지 말아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촬영 분량 ‘폐기’란 괴이한 프레임이 김승우에게 씌웠고, 탁재훈 등 “친한 후배가 초인종을 눌러 문 열어 준 게” 전부인 그는 ‘한끼합쇼’가 좌초된 결정타가 된 듯한 괜한 오해를 받아야 했다. 프로그램 기획이 낳은 불편한 상황을 출연자가 떠안게 된 셈이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