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는 물론 디저트, 주류, 간식에 패션까지 ‘그린 돌풍’이 불고 있다. 돌풍의 주인공은 가루 녹차인 말차. 녹차에 비해 진한 감칠맛, 깊은 색, 풍부한 영양을 지녀 전 세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   사진출처 | 유튜브 채널 호다

음료는 물론 디저트, 주류, 간식에 패션까지 ‘그린 돌풍’이 불고 있다. 돌풍의 주인공은 가루 녹차인 말차. 녹차에 비해 진한 감칠맛, 깊은 색, 풍부한 영양을 지녀 전 세대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 사진출처 | 유튜브 채널 호다




커피 대신 ‘그린샷’…말차 열풍 일상화
글로벌 10조 원 시장, 국내 편의점·카페 매출 폭발
음료 넘어 디저트·주류·간식까지 초록 물결 확산
패션·뷰티까지 삼킨 말차, 라이프스타일의 기본값으로
말차는 이제 ‘그냥 차’가 아닌 것 같다. “블랙(커피) 대신 그린(말차)”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SNS 피드를 열면 라떼, 케이크, 막걸리까지 초록빛 행렬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말차 시장은 2023년 43억 달러(약 6조 원)에서 2030년 74억 달러(약 10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세븐일레븐의 8월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CU의 말차 상품 매출은 129.8% 늘었다. 해시태그 ‘#matcha’는 930만 건을 돌파했고, ‘#말차’도 40만 건 이상이다.

말차는 어린 찻잎을 차광재배(햇빛을 가려서 키우는 방식)한 뒤 곱게 갈아 만든 가루 차다. 잎 전체를 먹기 때문에 맛이 더 진하고 영양도 풍부하다. 한 티스푼(2g) 기준 카페인은 60~70mg으로 에스프레소 한 샷과 비슷하다. 쌉싸름한데 은근히 단맛까지 깔려 있어, 우유·크림과 섞이면 금세 디저트처럼 변신한다.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자란 녹차는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지만, 말차는 차광재배 덕분에 아미노산과 엽록소가 풍부해 감칠맛과 깊은 색을 낸다. 녹차는 은은한 카페인과 폴리페놀이 강점이라면, 말차는 더 진한 카페인과 L-테아닌이 어우러져 집중력과 안정감을 동시에 챙긴다. 녹차가 ‘맑은 물맛’이라면, 말차는 ‘초록 크림맛’에 가깝다.

마시는 법도 문화마다 다르다. 일본에서는 다도를 통해 다완(찻사발)에 말차 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대나무 거품기 ‘차선’으로 곱게 저어 거품을 올린다. 풍성한 거품이 올라오는 ‘유화’가 좋은 말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문인들과 절의 승려들이 즐겼는데, 일본보다 한결 차분하고 소박한 방식이었다. 오늘날엔 카페에서 라떼로 많이 즐기지만, 전통적으로는 다과를 곁들이며 천천히 음미하는 게 기본이었다.

식음료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초록 전쟁에 뛰어들었다. 파스쿠찌는 제주 말차 라떼에 젤라또를 올릴 수 있는 옵션을 내놨다. 티라미수·카카오쿠키·체리 크림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폴 바셋은 제주산 햇말차로 아포가토, 단팥 프라페, 아이스크림 라떼까지 7종을 내놨다.
남양유업의 ‘말차에몽’은 완판 행진으로 흥행을 증명했다. 1차 물량은 하루 만에 매진, 2차 라이브커머스도 전량 소진. 집에서는 얼려서 아이스크림, 갈아서 빙수, 샷을 더해 슈페너까지 만들 수 있다.

오설록이 제주 티뮤지엄에 오픈한 ‘말차 누들바’

오설록이 제주 티뮤지엄에 오픈한 ‘말차 누들바’

편의점도 빠르게 반응 중이다. GS25는 셰프 에드워드 리와 손잡고 초록빛 막걸리 ‘이균말차막걸리’를 내놨다.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왠지 건강해지는 기분”을 주는 덕분에 MZ세대 사이에선 ‘헬시 막걸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세븐일레븐은 ‘더기와 말차막’의 인기에 힘입어 말차 함량을 높인 ‘말차바’, 견과류를 더한 ‘숲속의 말차초코샌드’를 내놨다. CU는 연세 시리즈에 말차를 입힌 빵과 케이크 4종, 벽돌케이크, 심지어 말차 생막걸리까지 선보였다.

제과업계도 합류했다. 롯데웰푸드는 월드콘·설레임·티코에 말차를 더했고, 빼빼로·빈츠 같은 간식도 초록 옷을 입혔다. 해태제과의 ‘홈런볼 말차딸기’, 오리온의 ‘초코파이 말차 쇼콜라’, 빙그레의 ‘쿠앤크 말차’는 익숙한 제품을 색다르게 바꿔놓았다. 투썸플레이스는 대표 케이크 ‘떠먹는 아박’에 말차 버전을 더해 초록과 흰색 대비로 인증샷 욕구를 자극했다.
녹차의 명가 오설록은 제주 티뮤지엄에 ‘말차 누들바’를 열었다. 제면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말차 국수를 선보인다.

초록물결은 패션으로도 이어졌다. LF몰에서 ‘그린·카키·민트’ 검색량은 전년 대비 2.5배 늘었다. 킨의 샌들 민트 컬러는 시즌 판매율 70%를 기록했고, 프리미아타도 빈티지 녹색 슈즈를 내놨다. 뷰티 업계 역시 말차·민트 계열 향수와 캔들을 선보였다.

한 잔의 음료에서 시작한 말차는 음식, 디저트, 주류, 패션, 뷰티까지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초록빛 한 스푼 더하기가 생활의 기본값이 되어 간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