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의 이름은 한 명의 음악가를 넘어 한 시대의 기억과 감각을 상징한다. 2023년 3월 28일 세상을 떠난 지 2년, 그의 선율을 그리워하는 한국 팬들을 위해 ‘류이치 사카모토 트리뷰트 콘서트’가 10월 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세계 음악사의 거장이자 환경운동가였던 사카모토는 1980년대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로 전자음악의 지평을 열었고, 영화 ‘Merry Christmas Mr. Lawrence’(1983)와 ‘마지막 황제’(1989)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영화음악상 수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그 후 그래미, 골든글로브까지 휩쓸며 세계적인 작곡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사카모토가 한국 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가 긴 투병 중에도 한국 영화 ‘남한산성’(2017)의 음악을 맡아 대종상 영화음악상과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관객에게 단순한 해외 음악가가 아닌 ‘함께 호흡한 예술가’로 기억되게 했다.

이번 무대는 그런 인연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 오페라 극장의 상임 지휘자 한주헌이 피아노를 맡고, 첼리스트 주연선,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이 함께한다. 무대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 ‘Last Emperor’, ‘Rain’, ‘Opus’, ‘Aqua’ 등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명곡 18곡으로 채워진다.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한국 팬덤이 직접 체감해온 사카모토의 음악사를 다시 쓰는 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이미 예측 가능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롯데콘서트홀과 수원 SK 아트리움, 구로 오류아트홀, 올해 초 예술의전당 IBK홀과 성남 아트센터에서 열린 ‘트리뷰트 콘서트’는 매번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가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팬들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

벌써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예매처에는 “이번에도 티켓팅이 전쟁이다”, “사카모토 음악은 살아 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2년 전 그의 부고 소식에 추모 공연장을 찾았던 팬들은 이번 공연을 “기억을 음악으로 되살리는 자리”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관객의 이런 자발적인 열기가 바로 사카모토 음악의 생명력을 증명한다.

사카모토는 살아 있을 때도,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한국 관객과 특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서울 무대는 그 대화의 연장선이자, 그리움이 음악으로 전환되는 간이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