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현재진행형 주인공…‘원로 배우’ 박근형의 저력

사진제공｜트리플픽처스

대한민국 대표 원로 배우 박근형(85)이 여전히 ‘현역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비슷한 연배의 연기자들이 작품에서 젊은 배우들의 서브 역할로 머무는 것과 달리, 여전히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현재진행형 배우’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박근형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 호흡하고 있다. 그 통로가 되는 작품은 16일 개막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다. 부조리극의 고전 ‘고도를 기다리며’를 재치 있게 오마주한 메타 코미디 연극으로, 낡은 분장실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 오를 기회를 한없이 기다리는 언더스터디(대타 배우) 에스터와 밸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역으로 무대에 섰던 박근형은, 언더스터디 캐릭터 에스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34살 어린 후배 김병철과 더블 캐스팅돼, 관록과 패기를 오가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형은 에스터 캐릭터를 “사라져 가는 노배우”라고 소개하며 “어쩌면 한없이 무대를 기다리는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소외돼 가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이라고 뜨거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연극에 이어 박근형은 10월 8일 개봉하는 영화 ‘사람과 고기’에서도 ‘1번 주인공’으로 관객을 만난다. 폐지를 주우며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음에도 삶의 낭만을 잃지 않는 노인 캐릭터로, 우연히 만난 또래 친구들과 고기를 먹으러 다니며 벌어지는 유쾌하고 뭉클한 모험을 그린다. 

‘사람과 고기’는 개봉 전부터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캐나다 캘거리국제영화제, 뉴욕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 등에 초청된 것은 물론, “노년기의 소외감을 따뜻하게 포착”(뉴욕타임스), “인생에 대한 감동과 유머러스한 성찰”(포브스) 등 외신 호평까지 받았다.

17일 개막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박근형은 직접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고 18일 진행되는 관객과의 대화(GV)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