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전통 정자에서 피어나는 현대 예술 프로젝트 ‘누정愛아티스트’ 개막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전경. 사진제공 ㅣ 봉화군

전통 정자 문화의 중심지인 경북 봉화군에서 예술과 자연, 문화유산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예술 프로젝트가 막을 올린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누정愛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전통 건축물인 정자(亭子)를 모티브로 현대 예술 창작과 지역 문화를 융합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3개의 누정을 보유하고 있다. 청량산 자락과 백천계곡, 띠띠미마을 등 수려한 자연 속에 청암정, 한수정, 몽화각과 같은 수백 년 된 정자들이 고즈넉하게 자리잡아 선현들의 사색과 풍류가 깃든 공간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정자는 단순한 쉼터를 넘어 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신세계와 미학을 담아낸 상징적 공간으로, 봉화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예술과 철학이 교차하는 장으로 기능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가들이 봉화에 머물며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지던시 형식으로 진행된다. 레지던시는 예술가에게는 집중적 창작의 시간을, 지역에는 문화적 활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첫 초청 작가는 야외 풍경화로 잘 알려진 중견 서양화가 김창한이다. 김 작가는 1991년 이후 개인전 54회, 단체전 230여 회를 개최했으며, 울산시립미술관, 현대예술관 등 다수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봉화 외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지역과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 여름부터 2026년 봄까지 봉화의 정자와 자연경관을 주제로 25점 내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작가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체류형 숙소인 ‘솔향촌’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며, 완성된 작품은 2026년 5월 말부터 3주간 생활관 내 ‘누정갤러리’에서 전시된다. 누정갤러리는 전통 정자의 미와 현대적 전시 환경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봉화의 정체성을 담은 창작물을 선보이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지역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 김창한 작가는 오픈스튜디오, 드로잉 클래스, 작가와의 대화 등을 운영해 주민과 관람객에게 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창작 과정은 SNS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봉화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전국에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된다.

봉화군 관계자는 “정자라는 전통 공간에서 탄생한 예술작품은 봉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새롭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향후 사진,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화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