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들을 상대로 아프리카 관련 인터뷰 중인 반크 청년연구원들. 사진제공ㅣ반크

유학생들을 상대로 아프리카 관련 인터뷰 중인 반크 청년연구원들. 사진제공ㅣ반크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왜곡된 아프리카 지도와 이에 따른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Correct the Map’ 글로벌 인식 개선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캠페인은 한국 청년들과 외국인 유학생이 함께 참여해 잘못된 지리 정보가 어떻게 인식의 왜곡으로 이어지는지를 조명하고 올바른 세계관 확산을 목표로 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는 항해에는 편리했지만 고위도 지역은 실제보다 크게, 적도 부근은 작게 표현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는 미국·중국·유럽을 모두 합쳐도 담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 지도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인식되어 왔다. 반크는 이러한 시각적 왜곡이 단순한 지리 문제가 아니라 아프리카를 빈곤·기아의 상징으로만 소비하게 한 인식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캠페인의 첫 활동으로 반크 청년연구원들은 서울 도심에서 미국·알제리·캐나다·헝가리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및 유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자, 다수의 응답자들이 기근, 빈곤, 더위, 질병 등 부정적인 단어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한 미국인 참가자는 “미국에서 아프리카는 가난과 갈등의 대륙으로만 그려진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자원과 잠재력이 풍부한 곳이라는 점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아프리카의 실제 크기에 대한 질문도 충격을 안겼다. 많은 이들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줄 알았다”고 답했으며, “당연히 그린란드보다 작을 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라는 사실과, 미국·중국·유럽을 모두 포함할 수 있을 정도로 광대한 대륙이라는 설명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헝가리 출신 유학생은 “지도의 왜곡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연결된다”며 “정확한 지도를 공유하는 것은 인류의 공정한 시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지리적 사실을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에 대한 일방적 시혜와 동정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과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운동은 원래 아프리카 시민단체들이 주도한 캠페인에서 시작되었으며, 한국 청년들이 이에 동참해 세계적 인식 개선 흐름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김예래 반크 청년연구원은 “많은 외국인들이 아프리카의 진짜 크기를 모르고, 여전히 빈곤의 대륙으로만 떠올리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우리가 보던 지도들이 사실은 진짜 크기를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지도라는 점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아프리카와 세계에 대한 인식을 전파하며 한국 청년들이 앞장서 서로를 존중하는 시각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한국이 일제 강점기(대일 항쟁기)와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아시아의 중심, 동북아의 관문,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듯 아프리카도 식민 지배의 상처를 극복하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며 “이제 한국은 2억 한류팬을 가진 글로벌 문화강국에 걸맞는 지구촌을 이끄는 촌장이 되어야 하고, 한국 청년들이 앞장서 아프리카 인식 전환의 불씨를 지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함께 “Let’s Correct the Map!”을 외치며 지도의 왜곡을 넘어선 새로운 인식 확산을 다짐했다. 반크는 향후 인식 개선 SNS 챌린지, 올바른 세계 지도 제작, 국제기구와의 협업을 통한 시정 활동 등으로 캠페인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