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사진제공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사진제공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이 미국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대규모 수주하며 북미 송전망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

HD현대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22일 미국 텍사스주 최대 전력회사와 약 2778억 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총 24대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 물량은 오는 2029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며, 계약 규모는 창사 이래 단일 기준 최대다.

765kV 초고압 변압기는 미국 내 가장 높은 전압 사양으로, 전력을 장거리로 효율적으로 송전하는 데 사용된다. 기존 345kV 제품 대비 송전 용량은 약 5배에 달하며, 전력 손실과 건설 비용은 대폭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미국 내 신재생 발전 확대와 노후 설비 교체 수요 증가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넓은 국토를 기반으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가 수요처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전체 전력망의 약 70%가 1960년대에 지어진 노후 설비라는 점도 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AI 산업의 성장과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맞물리며 초고압 송전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미 국내에서는 신서산 변전소, 당진화력, 신고리 원전 등에 765kV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미국, 인도 등지에 160대 이상을 수출하며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2027년 완공 예정인 미국 알라바마 공장 증설을 통해 현지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북미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765kV급 변압기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돼 세계적으로 생산 가능한 기업이 제한적”이라며 “이번 수주는 북미 시장에서의 기술력과 신뢰를 인정받은 결과이며,향후 추가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