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글로벌 극장에 ‘새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톱10은 프랜차이즈 영화로 도배됐다. 관객들은 새 이야기보다 검증된 캐릭터와 시리즈의 안락함을 선호하면서, 글로벌 영화계에 ‘독창성 부재’라는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지는 형국이다.

박스오피스 모조가 22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릴로 & 스티치’(1위)와 ‘드래곤 길들이기’(4위) 같은 애니메이션 실사화부터,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3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7위) 등 장수 시리즈, ‘슈퍼맨’(6위), ‘판타스틱 4’(9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10위) 등 히어로물까지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톱10 순위를 채웠다. 2위에 오른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임을 고려하면, 순수 오리지널 각본으로 톱10에 오른 작품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레이싱 영화 ‘F1 더 무비’(5위)뿐이다.

하반기 극장가에 개봉하는 기대작들 역시 비슷하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 속편 ‘위키드: 포 굿’,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 초대형 블록버스터 ‘아바타: 불과 재’ 등 ‘브랜드 영화’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장 상위권은 사실상 ‘안전한 흥행 카드’만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는 ‘안전한 투자’를 추구하는 할리우드 산업 구조가 배경에 있다. 글로벌 배급사와 스튜디오들이 흥행 실패 위험이 적은 프랜차이즈와 IP(지적재산권) 기반 작품 제작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영화 산업 전체의 ‘창의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새 이야기나 신인 작가의 도전이 줄어들면서 영화 문화의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글로벌 영화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도 비슷한 캐릭터와 시나리오의 반복은 ‘콘텐츠 피로’를 불러오고, 장르와 소재의 한계를 좁히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과거 글로벌 1위를 독식하던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영화들도 최근 성적은 이전만큼 강하지 못하다.
미국 로이터 통신 등 주요 매체 역시 이러한 흐름에 대해 “흥행 안정성과 창의성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 글로벌 영화 산업의 미래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