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시티 야외 공연장에서 펼쳐진 ‘크레이지 좀비헌트’.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이 몰릴 만큼 인기가 높다.  용인 | 양형모 기자

블러드 시티 야외 공연장에서 펼쳐진 ‘크레이지 좀비헌트’.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이 몰릴 만큼 인기가 높다. 용인 | 양형모 기자




에버랜드 가을축제, 오즈 테마로 물든 정원과 포토존
케데헌 존, 음악과 게임으로 완성된 체험형 공간
블러드 시티와 좀비 공연, 밤이 되면 더 짙어지는 반전 매력
호러 메이즈와 T익스프레스, 에버랜드만의 아찔한 체험

어릴 적 에버랜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했다. 에버랜드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친구 집 나들이에 좋다고 따라 나섰다가 심하게 차멀미를 한 나머지 그만 친구 아버지 차 시트에 토하고 말았던 일이다.

에버랜드의 오늘은 과거의 에버랜드 위에 발라진 덧칠과도 같은 것.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새로운 곳이 있겠지만, 여전히 에버랜드가 에버랜드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에버(ever)’함에 있을 것이다.

에버랜드가 준비한 올 가을축제의 타이틀은 ‘에버랜드 오브 오즈(The Everland of OZ)’다. 미국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를 테마로 꾸몄다. 오즈의 팬이라면 이번 에버랜드는 회전문을 돌아야 할 판이다.

조형물과 꽃으로 꾸민 에버랜드 가을축제 ‘에버랜드 오브 오즈’의 에메랄드 시티.  용인|양형모 기자

조형물과 꽃으로 꾸민 에버랜드 가을축제 ‘에버랜드 오브 오즈’의 에메랄드 시티. 용인|양형모 기자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의 세계로 날아온 도로시의 집. 용인|양형모 기자

토네이도에 휩쓸려 오즈의 세계로 날아온 도로시의 집. 용인|양형모 기자


도로시, 양철 나무꾼, 사자, 허수아비 등 오즈 캐릭터와의 포토타임.   용인 | 양형모 기자

도로시, 양철 나무꾼, 사자, 허수아비 등 오즈 캐릭터와의 포토타임. 용인 | 양형모 기자


에메랄드 시티에서 캐릭터와 포토타임.   사진제공 | 에버랜드

에메랄드 시티에서 캐릭터와 포토타임. 사진제공 | 에버랜드


‘에메랄드 시티’부터 만났다. 뮤지컬 ‘위키드’의 에메랄드 시티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더 동화같은 장소다.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조형물은 바람에 날려온 도로시의 집. 원래는 나쁜 동쪽마녀가 이 집에 깔려 죽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에버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정원에 자리한 테마인 만큼 조형물과 꽃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사방이 사진 찍을 곳 투성이다.우거진 나무 사이의 거대한 눈알은 꽤 그로테스크하지만 막상 카메라에 담기면 귀엽게 보인다. 어느 곳을 가든 셔터 속도가 발걸음을 추월하고만다.
이번 가을축제 최고의 인기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케데헌 존’.  초대형 더피가 눈길을 끈다.  용인 | 양형모 기자

이번 가을축제 최고의 인기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케데헌 존’. 초대형 더피가 눈길을 끈다. 용인 | 양형모 기자


케데헌 존의 ‘사자 보이즈 존’.   용인 | 양형모 기자

케데헌 존의 ‘사자 보이즈 존’. 용인 | 양형모 기자


케데헌 존의 굿즈샵.   사진제공 | 에버랜드

케데헌 존의 굿즈샵. 사진제공 | 에버랜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존은 26일 정식 오픈 예정이다. 에버랜드의 제안에 넷플릭스가 쾌히 응했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불과 75일 만에 테마존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존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골든’, ‘소다팝’이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 정식 개장을 하면 훨씬 더 빵빵하게 틀어놓을 것이라 한다.

케데헌이 곳곳에 입혀져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체험 아이템도 많다. 헌트릭스 존에선 비행기 슈팅과 망치로 악령 두드리기(두더지게임이다)를 할 수 있고, ‘골든 퍼포먼스 포토존’에선 금빛 링을 배경으로 루미처럼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 ‘사자 보이즈 존’에선 소다팝을 들으며 가사 순서 맞추기, 제한 시간 공 굴려 넣기 같은 리듬형·집중형 게임을 할 수 있다. 근처 스낵버스터는 ‘사자 보이즈 단골 분식집’ 콘셉트로 라면·김밥을 낸다.
블러드 시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죽은 마녀의 다리.    용인 | 양형모 기자

블러드 시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죽은 마녀의 다리. 용인 | 양형모 기자


“블러드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서울 준비하세요.” 블러드 시티 입구 모습.   용인 | 양형모 기자

“블러드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서울 준비하세요.” 블러드 시티 입구 모습. 용인 | 양형모 기자


케데헌 존을 나와 거대한 문주로 들어선다.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에 맞는 건 ‘블러드 시티’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지붕 위에 누운, 거대한 두 다리의 형상. 몸이 하늘을 향한 채 축 구부러진 두 다리. 발에는 뾰족한 구두가 신겨져 있다. 마녀의 시신이란다. 마녀가 죽음으로써 평화가 와야 하겠지만, 반대로 마을 전체가 저주에 걸려 버렸다는 설정이다.

밤이 되고, 조명이 하나둘씩 들어오니 오즈의 블러드 시티는 훨씬 더 ‘블러디’해진다. 에버랜드의 표정이 싹 바뀌게 되는 시간으로, 낮의 착한 얼굴과는 사뭇 달라져 장난꾸러기가 된다. 오후 7시가 조금 넘으니 공연이 시작됐다. 야외무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크레이지 좀비헌트’란 제목의 공연으로 음악과 춤을 앞세운 스토리극이다. 음향, 조명, 특수효과, 안무 등 깜짝 놀랄 만큼 퀄리티가 높다. 도로시가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사자와 힘을 합쳐 고약한 서쪽마녀를 물리친다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막판에 반전이 있었다. 마녀의 힘을 손에 넣은 도로시가 흑화하는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다.
블러드 시티 캐릭터와 함께 한 기념촬영.   사진제공 | 에버랜드

블러드 시티 캐릭터와 함께 한 기념촬영. 사진제공 | 에버랜드


여기까지 왔으니 소심한 여행자도 체험 하나는 하고 가야지 싶어졌다. 많은 이들이 “에버랜드에선 무조건 T익스프레스를 타야 한다”고 말해 주었지만, 수직으로 떨어지는 레일을 보고는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그리하여 얼떨결에 들어선 것이 이름부터 수상한 ‘호러 메이즈(공포미로)’다.

5명 1조로 입장하는데, 직원이 줄다리기 용도로 보이는 매듭이 있는 줄을 우리에게 쥐여주며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했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돈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체험형 어트랙션이다. 살아있는 좀비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데, 가장 오싹한 것은 바닥을 기어다니는 녀석. 동행한 여성들의 비명소리가 공포감을 극한 레벨까지 끌어올린다. 나가고 싶다. 아 … 나가고 싶다!

가족 3대가 찾는 에버랜드는 추억은 물론 미래의 추억까지 향기처럼 품은 곳이다. 오늘의 에버랜드는 어제 위에 덧칠되었지만, 새로운 재미를 얹으면서도 옛 추억을 결코 지우지 않는다. 가을축제장을 떠나 출구로 향하며 생각했다. ‘무서웠다, 맛있었다, 못 탔다.’ 삼박자가 완벽하다. 다시 올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구나. 다음에도 T익스프레스는 당신 혼자 타야하겠지만.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용인 |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