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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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극장가 흥행 대진표가 ‘코미디 2파전’으로 압축됐다. 매년 3~4편의 한국 대작이 치열하게 맞붙어 전통적인 명절 성수기 풍경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박찬욱 감독의 블랙코미디 ‘어쩔수가없다’와 전통 코미디 ‘보스’가 추석 연휴 관객을 두고 정면 승부를 펼친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먼저 극장을 선점한 영화는, 충무로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다. 장기 근속 끝에 해고 통보를 받은 제지 회사 직원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탈리아 베니스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기대감을 끌어올린 이 영화는, 자극적 표현 수위로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던 전작들과 달리 박 감독의 연출 이력에서 가장 유쾌하고 진입 장벽도 낮은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독특한 유머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잔인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해부해, 웃음 뒤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10월 3일 추석 직전 개봉하는 ‘보스’는 오로지 ‘웃음’에 집중한다.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모두가 보스 자리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역발상 설정’으로 시작하며, 각자의 꿈과 욕망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양보하려는 조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대결을 그린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조폭 코미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단순한 추억 소환에 그치지 않고 현 시점 관객 감성에 맞게 캐릭터와 이야기를 세련되게 다듬은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추석 시즌 가족 단위 관객층을 겨냥해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형 웃음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통 코미디로서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코미디 2파전’으로 압축된 명절 극장가의 변화는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극장의 ‘이변 흥행’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간 규모의 코미디 ‘좀비딸’이 누적 관객 534만 명을 기록하며, 300억 블록버스터 ‘전지적 독자 시점’(누적 관객 106만 명)을 가볍게 제치고 여름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추석 시즌에도 이어져 범죄 액션, 사극 등 전통적 추석 흥행 장르 대신 코미디 영화들이 전면에 나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