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파이널 보스’ 오승환 떠나는 날,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그림이 완성됐다

삼성 오승환이 30일 대구 KIA전에서 은퇴식을 갖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그가 아들 서준 군과 입을 맞추고 있다. 대구｜뉴시스

수업종료를 알리는 학교종 소리에 이어 그룹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흘러나오면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안심했다. 웅장한 등장곡과 함께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이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파이널 보스’란 애칭처럼, 오승환은 팀 승리를 결정짓는 선수였다.

오승환은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1군 통산 737경기에서 44승33패427세이브19홀드, ERA 2.32의 성적을 거뒀다. 2006년, 2011년 기록한 47세이브는 여전히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로 남아있다. 그의 현역 시절 등번호였던 21번은 삼성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KBO리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마무리투수였다. 일본프로야구(NPB·80세이브), 메이저리그(MLB·42세이브)에서도 122세이브를 수확하며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올렸다.

삼성 오승환이 30일 대구 KIA전에서 은퇴식을 갖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그랬던 오승환에게도 작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이 끝난 뒤 은퇴식이 열렸다. 삼성 팬들에게 오승환은 특별한 존재였다. 남현욱 씨는 “오승환은 삼성 그 자체였다. KBO리그는 물론 NPB, MLB에서 첫 세이브를 따낸 경기도 모두 현장에서 관전한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고, 김유주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오승환을 처음 봤다.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마지막 투수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동갑내기 친구들도 경기장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이동현, 채병용, 박재상, 김백만, 채태인, 김강민 등 ‘황금세대’로 불렸던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삼성 선수들은 모두 ‘파이널 보스’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오승환은 시구자로 나선 아들 서준 군의 공을 받은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을 웃음짓게 했다.

삼성 오승환이 30일 대구 KIA전에서 은퇴식을 갖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오승환을 응원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상황을 봐야겠지만,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른다면 9회일 것”이라고 밝혔다. 예고대로 오승환은 팀이 5-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KBO리그 통산 738번째 경기. 동료 투수들은 불펜 앞에서 모자를 벗고 오승환에게 경의를 표했다. KIA도 예정대로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자 그와 각별한 사이인 최형우(42)를 대타로 세웠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오승환에 대한 예우”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최형우를 4구 삼진으로 엮어냈다. 통산 865번째 탈삼진, 결정구는 138㎞ 스플리터였다. 둘은 마운드에서 뜨겁게 포옹했다. 오승환은 배턴을 넘겨받은 마무리투수 김재윤에게 직접 공을 전달했다. 르윈 디아즈를 비롯한 내야수들은 물론 벤치에서 대기하던 선수들도 모자를 벗고 90도로 인사하며 경의를 표했다. KIA 선수들도 박수를 보냈다. 김재윤이 후속타자를 모두 요리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팀의 승리로 오승환의 은퇴식도 더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