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사자보이즈·작호도 대신 묘접도”…‘케데헌2’, 성지글 도전[추석 기획]

사진제공｜넷플릭스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관 확장이 예고되자 글로벌 팬덤은 벌써 속편을 둘러싼 각종 예측으로 들썩이고 있다. 케이(K)팝의 매력, 여기에 애니메이션의 주요 장치로 쓰인 한국적 요소가 작품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속편에는 어떤 ‘한국적 터치’가 더해질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추석 연휴 ‘케데헌’에 푹 빠진 가족·친지와 함께 시즌2 예상 시나리오를 함께 써보는 건 어떨까.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새로운 콘셉트부터 작품에 등장할 ‘케이 스폿’(K Spot)까지 훗날 SNS에서 “이 글이 성지였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자보이즈·헌트릭스·엑소·소녀시대, 사진제공｜넷플릭스·SM엔터테인먼트

O‘교복과 제복’…케이팝 아이돌 필수 코스!

압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목은 ‘케데헌’의 양대 축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의 ‘속편 콘셉트’다. 헌트릭스는 노래 ‘골든’으로 대변되는 여전사 이미지, 사자 보이즈는 청량미를 내세운 ‘소다팝’과 저승사자 한복으로 섹시미를 과시한 ‘유어 아이돌’ 등으로 전 세계 팬심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속편에서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과도 같은 ‘교복’을 강력 추천한다. 소녀·소년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콘셉트로, 사자 보이즈는 교복 레전드로 꼽히는 엑소 ‘으르렁’이나 지난해 신인상을 휩쓴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스타일을 참고하면 좋다. 헌트릭스는 여자친구, 아이브, 캣츠아이 등이 구현한 교복 패션을 응용한다면, 건강한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복 또는 수트’ 콘셉트로 성숙한 매력을 뽐낼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 블랙 수트를 입고 선보였던 무대나 ‘제복 콘셉트의 올 타임 레전드’인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참고 자료로 강력 추천할 수 있겠다.

남계우의 ‘묘접도’·더피와 서씨·김홍도의 ‘황묘농접도’

O‘작호도’ 더피와 서씨 이을 ‘묘접도’의 고양이·나비
사자보이즈 리더 진우의 반려 호랑이(?) ‘더피’와 늘 더피와 함께 다니는 까치 ‘서씨’는 ‘케데헌’의 인기를 견인한 숨은 주역이었다. 전통 민화 ‘작호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이들은 외국 애니메이션에서는 본 적 없던 신비로운 비주얼과 귀여움으로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작호도가 그려진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속편에서는 또 다른 전통 민화 ‘묘접도’에서 영감을 받은 새 마스코트를 추천한다. 묘접도는 고양이와 나비가 함께 담긴 그림으로, 고양이의 귀여움과 나비의 화려함이 만나 글로벌 팬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수 있다. 나비는 ‘장수와 기쁨’을 뜻하는 길상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작품 세계관을 확장하는 상징 코드로도 활용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치즈빛 고양이와 검은 나비가 그려진 단원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검은 고양이와 새하얀 나비가 어우러진 남계우의 ‘묘접도’ 등이 레퍼런스로 꼽힌다. 묘접도 마스코트가 더피·서씨와 한 화면에 등장한다면 ‘귀여움 시너지’를 폭발시켜 새로운 굿즈 열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케이 푸드, 사진제공｜넷플릭스

O‘케이 분식’ 이어 ‘우리 김치’ 제대로 보여줄 기회

‘케데헌’에는 김밥, 라면, 어묵, 호떡, 컵라면 등 다양한 한국 분식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속 헌트릭스 멤버들이 김밥을 통째로 먹는 장면은 SNS에서 챌린지로 유행하는 등 케이(K) 푸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이와 맞물려 속편을 통해 새로운 케이 푸드를 소개하고 싶어하는 국내 팬들의 열망이 뜨겁다. 1편에서 ‘한국 대표 음식’ 김치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을 샀던 만큼, 속편에서는 배추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 다양한 김치의 매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주변국 시청자들이 김치를 ‘파오차이’, ‘기무치’라 칭하며 원조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속편이 김치를 제대로 다룬다면 한국 음식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해외 관광객이 사랑하는 ‘의외의 케이 푸드’인 간장게장도 ‘케데헌’ 속편을 위한 추천 메뉴로 꼽힌다.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간장게장이 치킨에 이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외식 메뉴 거래 건수 2위에 올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서울 명소, 사진제공｜넷플릭스

O“라면 조리 기계부터 K배달까지”…한강공원의 매력

서울의 주요 명소를 매력적으로 담아낸 ‘케데헌’은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는 데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글로벌 팬들은 북촌 한옥마을, 낙산공원, 롯데타워, 명동 예술극장, 삼성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미디어 등 영화에 등장한 스폿들을 찾아가는 일명 ‘성지 순례’ 관광을 즐기며 작품 속 장소와 현실을 연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속편에서 보여줘야 할 서울의 명소들은 더 많다. 특히 연출자 매기 강 감독이 한강시민공원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던 만큼, 팬들은 속편에 한강공원의 다채로운 매력이 담길 것으로 기대 중이다. 라면 끓이는 기계와 자전거 대여, 공원 곳곳 정확하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케이 배달문화’ 등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다.

헌트릭스가 대중목욕탕을 찾아 피로를 푸는 장면은 찜질방으로 확장 가능하다. 식혜, 미숫가루, 맥반석 계란 등 찜질방에서 즐기는 다양한 간식과 놀이 문화까지 담아 찜질방을 단순한 목욕 공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문화의 일부로 소개할 수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