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기타앙상블

아크기타앙상블



시간의 경계를 넘어 클래식 기타 4중주의 ‘무한한 울림’이 서울 동작구 소태산홀에 울려 퍼진다. 국내 최고의 클래식 기타 앙상블로 손꼽히는 아크기타앙상블(Arc Guitar Ensemble)이 10월 24일(금) 오후 7시 30분, 정기연주회 ‘Beyond the Times’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음악적 다리이자 기타 4중주라는 독창적 편성의 가능성을 집약한 무대다.

이번 연주회의 핵심 주제는 ‘시간을 넘는 음악’이다. 프로그램은 르네상스의 다울랜드부터 현대의 피아졸라까지 이어지며, 음악사의 흐름 속에서 기타라는 악기가 지닌 색채를 새롭게 조명한다.

특히 주목할 작품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우승자(2009)로 이름을 알린 전민재 작곡가의 신작 ‘포르테피아노와 기타를 위한 5중주, 작품번호 12’다. 이 곡은 아크기타앙상블의 요청으로 탄생한 세계 초연작으로, 4대의 클래식 기타와 포르테피아노가 함께 한다.
작곡가 전민재

작곡가 전민재


전민재 작곡가는 이번 공연에서 직접 포르테피아노 연주자로 무대에 올라 초연의 의미를 더한다. 그는 “포르테피아노는 담백한 울림을 가진 악기라 기타와 가장 잘 어울린다”며 “소나타 형식, 로망스, 푸가, 미뉴에트가 하나의 악장 안에서 압축돼 있으며, 슈베르트 환상곡을 떠올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위촉곡이 아니라, 작곡가가 직접 아크기타앙상블에게 헌정하는 ‘헌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음악적 무게감이 크다.

아크기타앙상블은 이번 무대에서 시대별 대표작을 자신들만의 편곡과 재해석으로 선보인다. 장준화 음악감독이 맡은 편곡은 원곡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기타 4중주 특유의 음향적 장점을 극대화한다. 일부 작품은 recomposition(재구성)으로 다가서며, 이미 익숙한 명곡에 신선한 울림을 불어넣는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생상스의 ‘백조’,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 등은 기타 4중주로 다시 태어나 관객에게 낯설지만 아름다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아크기타앙상블은 2016년 창단 이후 서울대·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젊은 기타리스트들이 모여 결성된 단체로, 국내외 무대에서 꾸준히 호평을 받아왔다. 이성준(리더), 장준화(음악감독), 반지호, 이수진으로 구성된 4명의 멤버는 정기연주회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자선 공연 등 사회적 활동에도 힘쓰며 클래식 기타 저변 확대에 앞장서 왔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한 이력은 클래식 기타 앙상블로서는 유일하다.

장준화 음악감독은 “클래식 기타 4중주라는 편성은 실내악에서 드물게 시도되는 영역이다. 원곡의 정신을 존중하면서도 기타만의 색채를 최대한 드러내고 싶었다”고 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아크기타앙상블의 연주는 재현을 넘어 새로운 창조로 평가받아왔다.

관객들은 이번 무대에서 르네상스 류트 음악을 계승한 다울랜드의 노래, 바로크의 화려한 선율, 낭만과 근대의 정취, 그리고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레퍼토리를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또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가을’은 라틴의 열정과 탱고의 정수를 담고 있어, 프로그램 후반부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된다.

아크기타앙상블은 클래식 기타가 ‘독주 악기’라는 인식을 넘어, 실내악 편성과 현대 창작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해왔다. 이번 공연은 바로 그 도전의 연장선이자 집약체가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