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손흥민(7번)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전반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뉴시스

주장 손흥민(7번)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전반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뉴시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5번째 실점을 허용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상암|뉴시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5번째 실점을 허용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상암|뉴시스


‘홍명보호’는 2026북중미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전략으로 스리백 수비를 구축했다. 강호와 만남을 대비한 ‘맞춤형 수비’다.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첫 가동에 나선 스리백은 9월 미국 원정으로 치른 미국(2-0 승), 멕시코(2-2 무)와 A매치 2경기에서 나름 인상적인 결과를 얻었으나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축구국가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0-5 대패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5골차 이상으로 패한 건 2016년 6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스페인에 1-6 대패한 이후 9년 만이다.

스코어보다 약속된 플레이, 세부 전술이 없고 적절한 변화조차 주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팠다. 대표팀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조유민(샤르자),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으로 스리백을 조합했는데 좌우 윙백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까지 내려서며 파이브백에 가까웠다.

그러나 선수들은 서로의 위치를 잡지 못했고, 전진 타이밍도 번번이 놓쳤다. 압박도 없었고 상대 개인기에 공간을 내주기 일쑤였다. 빠른 패스에 위험 지역을 노출한 장면도 잦았다. 전반전을 0-2로 버틴 한국은 후반 초반 내리 2실점해 완전히 무너졌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벤치의 대응이다. 교체는 있었지만 같은 포지션 간 ‘맞교체’였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많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브라질은 4-2-4에서 4-3-3, 4-4-2로 수시로 전환하며 대조를 이뤘는데 후반 중반 이후 힘을 빼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골을 내줄 뻔 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포백 전환도 고려했지만 선수 구성상 파이브백으로 마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는데, 익숙한 포백으로 전환해 안정을 주고 괜찮은 역습을 시도할 기회는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도 전문 센터백 3명으로 스리백을 구축한 경우도 흔치 않다. 풀백·윙백 중 한 명이 한축을 맡거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오르내리는 ‘변형 스리백’이 대부분이다.

강호와의 대결을 위한 ‘스리백 카드’가 참담하게 실패하면서 홍명보 감독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잠잠해졌던 비난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6만3000명의 홈관중은 홍 감독이 전광판에 나올 때마다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한국은 12월 월드컵 조추첨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편성을 받으려면 ‘포트2’에 들어야 하는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로 ‘포트2’의 마지막에 있다. 14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파라과이(37위)전도 지면 에콰도르(24위), 호주(25위) 등과 자리를 바꾸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그야말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아야 할 운명의 승부가 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