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탄탱고’

영화 ‘사탄탱고’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대표 소설뿐만 아니라 이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사탄탱고’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다만 무려 7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등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극장 재개봉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9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인 ‘사탄탱고’가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주요 대형 온라인 서점 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다.

‘사탄탱고’는 국내 출간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서 6권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예스24 기준 노벨상 발표 후 반나절만에 올 초부터 수상 직전까지 연간 누적 판매량을 12배 이상 뛰어넘었다.

이런 관심은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이 ‘사탄탱고’를 영상화한 같은 제목의 영화(1994)로도 확산되고 있다. 인간 군상의 욕망과 몰락을 장대한 흑백 영상으로 담아낸 해당 작품은, 전 세계 평론가로부터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도 꼽힌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OTT·극장 콘텐츠 통합 차트인 키노라이츠의 순위로도 드러나고 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OTT 및 IP TV·VOD 플랫폼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검색량 급증만으로 50위권에 진입했다.

이같은 흐름은 ‘채식주의자’ 등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 기반 영화들이 재조명됐던 현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영화 ‘채식주의자’는 CJ CGV 등 일부 극장에서 재상영되기도 했다.

‘사탄탱고’의 극장 재개봉은 그러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 느린 호흡과 난해한 서사 무엇보다 7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등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 극장 입장에서도 상영 회차 확보가 어려워, 국내에서는 정식 개봉 없이 영화제 기획전 등 한정된 형태로만 상영돼 왔다.

게다가 벨라 타르 감독 작품의 상영 판권을 가지고 있던 전주국제영화제도 얼마 전 판권 계약이 종료됐고, ‘사탄탱고’ 배급권을 보유한 국내 영화사나 수입사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이를 확보하고 정식 개봉하려는 움직임 역시 ‘채식주의자’ 때만큼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