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노래가 한 송이씩 피어나는 밤, 로베르트 슈만의 ‘Myrthen, Op.25’가 무대 위에서 다시 꽃을 피운다. 소프라노 권은주와 베이스 윤종민이 함께 꾸미는 이번 공연은 ‘26개의 꽃이 피어나는 밤’이라는 부제로, 슈만이 신부 클라라를 위해 남긴 26곡의 가곡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오늘 밤, 우리는 26송이의 노래꽃이 피어나는 곳으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사랑은 수수께끼처럼 다가오고, 그 문을 여는 순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라는 메시지. 관객들은 하나의 음악극처럼 이어지는 서정의 여정 속으로 초대된다.

슈만의 ‘Myrthen(미르테)’은 결혼을 앞둔 남자가 신부에게 바치는 ‘음악의 꽃다발’이라 불린다. 첫 곡 ‘수수께끼(Rätsel)’로 문을 열어 사랑의 비밀을 던지고, ‘호두나무(Der Nussbaum)’, ‘그대는 꽃과 같이(Du bist wie eine Blume)’, ‘헌정(Widmung)’으로 이어지며 사랑의 기쁨과 그리움, 헌신의 감정을 그린다.

이번 무대에서는 1부에 사랑의 시작과 설렘, 2부에 이별과 헌신을 주제로 한 곡들이 배치된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하는 ‘헌정(Widmung)’은 슈만이 클라라에게 바친 헌신의 절정으로, 권은주와 윤종민의 목소리가 맞물리며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소프라노 권은주(왼쪽)와 베이스 윤종민

소프라노 권은주(왼쪽)와 베이스 윤종민


권은주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세계 3대 성악 콩쿠르 중 하나인 노이에슈팀멘(Neue Stimmen)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한 그는, 만하임 국립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유럽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귀국 후에는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오페라단 무대에서 주역을 맡으며 ‘라 보엠’, ‘사랑의 묘약’, ‘투란도트’ 등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성악과 겸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윤종민 또한 한양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수료했다. 전국학생음악콩쿨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오스트리아 ‘클라시크 마니아(Klassik Mania)’ 국제콩쿠르 입상 경력을 가진 그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시립극장 전속 솔리스트를 거쳐 뮌헨과 하이델베르크 등 주요 극장에서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에 출연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성악과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슈만의 ‘Myrthen’은 한 사람의 생애와 사랑을 엮은 일기 같은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두 성악가의 풍부한 표현력과 독일 낭만주의 해석이 만나, ‘사랑의 꽃다발’을 현재의 감성으로 다시 피워 올리는 명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에는 영상과 해설이 함께하며, 관객은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감각적 체험 속에서 슈만의 음악이 가진 내면의 시를 새롭게 느끼게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