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정치·사회 대변”…3시간 육박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주목 받는 이유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스틸, 사진제공｜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북미와 한국에서 크게 화제를 모으며 극장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이 진입장벽이 될 거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가장 뜨거운 정치 및 사회 이슈를 반영한 서사가 폭발적 호응을 얻으며 흥행에도 청신호를 켰다.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등을 연출한 미국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PTA)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1일 개봉해 13일까지 누적 관객 37만5871명을 모았다. 종전 PTA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던 ‘마스터’의 국내관객수(3만7486명)를 10배 이상 넘어서는 수치다.

영화는 추석 연휴 개봉한 오락 영화들과의 경쟁, 무엇보다 162분(2시간 42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며 반전 흥행에 성공했다.  

북미 성적도 고무적이다. 5462만7419달러, 우리돈으로 782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고, 4022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어 윌 비 블러드’를 제치고 PTA 감독의 자체 북미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관객은 물론 평단 반응도 폭발적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6%를 비롯해 메타크리틱 94점, 시네마스코어 A 등 주요 평점 플랫폼에서 역대급 성과를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인디와이어 등 현지 주요 매체들도 “PTA의 최고 걸작”이라 평하고 있다.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현실의 정치·사회적 갈등을 대중적 장르 안으로 끌어들인 대담한 시도에 있다. 영화는 반정부 단체 출신 남성(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백인우월주의자이자 극우 성향을 지닌 군인(숀 펜)으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과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극단적 이념 대립과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폭력의 민낯 등을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와 맞물려 북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를 “파시즘이 서서히 스며드는 시대상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라면서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선다”고 평가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