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누가 정했나, ‘바깥의 존재들’이 반문했다

인간의 뇌와 마음이 모두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작동해야 할 이유는 없다. ‘바깥의 존재들’은 이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자폐, ADHD, 난독증, 의사소통 장애 등 다양한 신경적 차이를 질병이 아닌 인간의 ‘자연스러운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는 책이 나왔다. 영국 작가 조디 헤어의 저서 ‘AUTISM IS NOT A DISEASE’를 번역한 ‘바깥의 존재들’(이상북스)은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운동의 철학과 사회적 의미를 폭넓게 다루며, ‘정상’이라는 이름의 경계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작동해왔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조디 헤어는 스물세 살에 자폐 진단을 받았다. 그때 비로소 그는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얻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폐는 병이 아니라 인간 신경의 자연스러운 다양성”이라고 단언한다. 사회가 정한 ‘정상’의 잣대가 자폐인을 소외시키고, 그 결과 그들의 삶을 더 힘겹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책은 자폐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시선을 넘어,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로 확장해 해석한다. “누가 정상으로 간주되고, 누가 그 바깥으로 밀려나는가.” 저자는 이 질문을 중심에 두고, 교육·노동·복지 전반의 시스템을 새롭게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바깥의 존재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정상성’의 해체다. 자폐인의 기대수명이 평균 36세, 자폐 학생의 법적 지원율 6%, 자폐인의 취업률 22%라는 현실을 짚으며, 사회의 포용 부재가 만들어낸 차별의 구조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런 수치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태도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왜 당신은 사회에 맞지 않습니까?”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묻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신경다양성을 단지 장애 이슈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으로 확장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번역을 맡은 최인은 “이 책은 신경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지도”라고 말한다. 그는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과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PUBHUB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184쪽의 이 얇은 책이 지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신경다양성 운동이 개인의 해방을 넘어 사회 구조를 바꾸는 정치적 언어임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출발점임을 설득력 있게 일깨우는 책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