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이정은·‘어쩔수가없다’ 염혜란,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CJ ENM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이정은·‘어쩔수가없다’ 염혜란,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CJ ENM


이름이 출연진 명단 중간에 있어도, 관객의 기억 속에서는 언제나 맨 앞에 선다. 주·조연 타이틀과 관계없이 등장하는 순간 작품의 장르적 무게 중심을 바꿔놓는 이정은과 염혜란이 180도 다른 얼굴을 각인시키는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정은은 29일 개봉하는 ‘하얀 차를 탄 여자’로 차갑고도 건조한 얼굴을 꺼낸다. 영화는 폭설이 내린 새벽,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여자(정려원)의 진술을 통해 사건의 진실과 범인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극 중 이정은은 여자의 진술에 숨겨진 진실을 날카롭게 좇는 경찰 역을 맡아 관객에게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극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모순된 증언과 미묘한 단서 속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그의 눈빛과 행동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이정은은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한 ‘좀비딸’ 속 코믹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좀비딸’에서 그는 좀비가 된 손녀를 교육시키려는 할머니를 연기하며 원작 웹툰 속 캐릭터가 살아온 듯한 싱크로율과 휴머니즘 가득한 코미디 연기로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염혜란 역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와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연이어 선보이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 올 초 ‘폭싹 속았수다’에서 궁핍한 삶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해녀 엄마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눈물로 채웠던 그는, 상영 중인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서는 실직한 남편을 두고 젊은 남성과 불륜을 저지르는 관능적인 연극 배우로 파격 변신해 관객을 놀라게 했다.

염혜란은 도덕적 선을 넘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을 섬뜩하면서도 익살스럽게 소화하며 블랙코미디의 중심에 섰다. 비극을 웃음으로 비트는 연기로 박 감독의 독특한 세계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호평까지 받았다.

염혜란은 “‘어떤 연기를 할지 예상되는 배우보다 예상되지 않는 배우가 맡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박 감독의 말에 용기를 얻어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