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

사진제공|CJ ENM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올해 글로벌 흥행 ‘톱5’에 랭크되며 전 세계 극장가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금껏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을 주도해온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부진과 대조를 이루는 결과로서도 눈길을 끈다.

19일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플랫폼인 더 넘버스닷컴에 따르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귀멸의 칼날)은 전 세계에서 6억 3849만 달러(9097억 원)의 극장 수익을 기록하며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 할리우드의 ‘릴로 & 스티치’와 ‘마인크래프트 무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에 이어 글로벌 흥행 수익 5위에 올랐다. ‘슈퍼맨’, ‘드래곤 길들이기’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제친 성적으로, 자국 상영으로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집계 가치가 무의미하다는 비판을 받는 중국의 ‘너자2’를 제외하면 글로벌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귀멸의 칼날’은 북미에서만 3억 3964만 달러(4839억 원)를 벌어들여 2000년 ‘와호장룡’을 제치고 25년 만에 역대 북미 외화 흥행 1위를 달성했다. 이와 맞물려 LA타임스는 “더는 틈새 장르가 아닌, 주류로 도약한 첫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도했다.

북미 등 서구권 관객들은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귀멸의 칼날’에 담긴 신비로운 동양적 전통미와 비주얼에 강하게 매료된 인상이다. 이는 과거 ‘와호장룡’과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향한 관심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해 북미 영화 전문 매체 플릭시리스트는 “동양 수묵화나 일본 전통 회화 느낌을 살린 연출이 보는 재미를 준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내놓은 대작 애니메이션들은 올해 대체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름 개봉한 픽사 ‘엘리오’는 흥행과 평단 모두에 외면을 받으며 글로벌 흥행 순위 20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스토리 피로도 등 지적을 받은 드림웍스 ‘배드 가이즈2’의 경우 간신히 20위에 턱걸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1월 26일 개봉하는 디즈니 ‘주토피아2’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2016년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며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수상한 ‘주토피아’의 9년 만의 속편으로, 전작 주인공 여우 닉과 토끼 주디와 함께 새로운 뱀 캐릭터 게리가 등장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