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불고기로 대표되던 한식의 영역이 이제는 편의점 라면, 크로플, 커피로 확장됐다.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외국인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들의 ‘K-푸드 지도’가 완전히 새로 그려지고 있다.

공사 분석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외국인의 음식 소비 패턴은 전통 한식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식’으로 이동했다. 2024년 잠재 방한 여행객 중 15.7%가 ‘맛집 투어’를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꼽았고, 외국인에게 한국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닌 ‘문화 체험의 여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라면, 김밥, 길거리 간식이 한류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카드 결제 데이터의 연평균 성장률(CAGR) 상위 품목은 ▲아이스크림(35.0%) ▲편의점 음식(34.0%) ▲와플·크로플(25.5%)로 나타났다. 달콤한 디저트와 간편식이 한국을 상징하는 ‘새로운 미식 코드’가 된 것이다.

카페·베이커리·햄버거도 외국인 소비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카페 890만 건 ▲베이커리 300만 건 ▲햄버거 230만 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성장률도 각각 29.5%, 36.2%, 38.2%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햄버거의 경우 결제 상위 10개 브랜드 중 6개가 국내 프랜차이즈였다. 글로벌 브랜드조차 한국 전용 메뉴를 출시하며 현지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도 외국인들에게는 ‘작은 K-푸드 천국’으로 변신했다. 2025년 1월~7월 편의점 카드 결제 건수는 약 1300만 건으로 업종 중 최다를 기록했다. 라면(14.1%), 커피(10.5%), 과자(7.0%)가 관련 게시물의 주요 키워드로 꼽히며, 여행자들에게 편의점은 ‘한국식 여행 메뉴판’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변화는 전통 메뉴에서도 감지된다. 국수·만두(55.2%), 감자탕(44.0%)이 2025년 7월 기준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떡·한과 소비도 76.9% 늘었다. SNS를 통해 ‘꿀떡 시리얼’이 30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진 것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이다.

한국관광공사 이미숙 관광데이터전략팀장은 “한국인의 일상이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문화가 되고, 그 경험이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 흐름을 관광정책과 인바운드 마케팅 전략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밥상은 이제 ‘관광지’가 됐다. 김치찌개 냄새가 나는 부엌에서, 세계인의 카메라 셔터가 눌리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