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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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규형이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코미디 내공을 제대로 터뜨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해 19일까지 225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보스’를 통해서다.

공석이 된 조직 ‘식구파’의 1인자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양보 전쟁’을 그린 영화에서 그는 ‘식구파’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역을 맡았다. 극 초반 배달부로 위장해 주변을 맴돌며 존재감을 감추다가, 후반부에는 그야말로 ‘미친 활약’을 보여주며 관객을 제대로 웃기며 영화의 ‘히든 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O“해롱이 캐릭터 재반복 우려됐지만”

웃기는 게 목표인 ‘코미디’ 장르이기는 하지만 이규형은 ‘언더커버 경찰’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몰입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며 그가 떠올렸던 영화도 언더커버를 다룬 어두운 누아르물인 ‘무간도’와 ‘신세계’였다.

“나름 10년 동안 진정성을 가지고 조직에 잠입했던 경찰 캐릭터잖아요. 누아르 작품 속 고뇌에 빠진 인물들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선보이고자 했죠. 그런 캐릭터가 후반에 ‘반전’되는 게 더욱 웃길 테니까요.”

극 후반 이규형이 불법 약물을 흡입한 뒤 폭주하는 ‘원맨쇼’ 장면은 ‘보스’에서 가장 웃긴 장면으로 꼽힌다. 혀 짧은 말투와 아이같은 행동이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그가 연기했던 ‘인생 캐릭터’ 마약사범 ‘해롱이’를 떠올리게 해 더욱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정작 이규형은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게 “걱정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오래 기억되는 캐릭터가 있다는 건 배우 입장에서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캐릭터를 넘어야 한다는 숙제가 생겨요. 처음에는 해롱이와 다르게 톤을 잡았는데, 감독님께서 그 장면 자체를 해롱이를 염두하고 구상했더군요. 걱정도 됐지만 결국 현장 ‘캡틴’인 감독님의 의견을 따랐고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영화 ‘보스’ 스틸,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 스틸,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O“나의 근본은 무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감독의 따뜻한 응원도 이규형의 걱정을 덜어줬다고 했다.

“신 감독님께서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전화주셨어요. (해롱이 캐릭터 재사용에 대해) 걱정했던 부분을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우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였다’고 말씀해주셨죠.”

이규형은 해마다 2편 이상의 영화나 드라마를 선보이면서도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요즘에는 12월 개막을 앞둔 새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준비에 한창이다.

“무대는 제 근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년에 한 작품 이상의 무대를 꼭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거든요. 사실 국내외 많은 배우들이 AI(인공지능)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고 있잖아요. 무대 연기야말로 AI로는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아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