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밀란 라파엘 레앙이 20일(한국시간) 피오렌티나와 홈경기 도중 슛을 하고 있다. AC밀란이 2-1로 이겼다. 밀라노(이탈리아) |신화뉴시스

AC밀란 라파엘 레앙이 20일(한국시간) 피오렌티나와 홈경기 도중 슛을 하고 있다. AC밀란이 2-1로 이겼다. 밀라노(이탈리아) |신화뉴시스




내년 2월 밀란-코모전, 올림픽 개막장소 겹쳐

선수·팬 반발 vs 세리에 A 시장 확장 대립
이탈리아 축구 전통의 명문 AC밀란이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내년 2월 코모와 세리에A 홈경기를 호주 퍼스의 옵투스 스타디움에서 치르기로 했다. 세리에A 사상 최초로 유럽이 아닌 타 대륙에서 펼쳐지는 경기로 국제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본래 이 경기는 AC밀란의 안방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곳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 장소로 사용되기 때문에 개최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세리에A 사무국은 대체 장소를 물색할 수밖에 없었고, 퍼스가 결정됐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장관은 “이탈리아 축구의 국제적 홍보를 위한 좋은 기회”라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코모 선수들이 19일(한국시간) 유벤투스와 홈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코모가 2-0 승리를 거뒀다. 코모(이탈리아) |신화뉴시스

코모 선수들이 19일(한국시간) 유벤투스와 홈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코모가 2-0 승리를 거뒀다. 코모(이탈리아) |신화뉴시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일반적으로 국내 리그 경기가 해외에서 열리는 것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예외적 상황‘이었고, AC밀란-코모전의 퍼스 개최를 승인했다. UEFA는 향후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선수단은 반대의 입장이다. AC밀란 미드필더 아드리앵 라비오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거리 이동이 선수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구단과 리그의 상업적 이익만을 위한 결정이라는 게 이유다. 이에 루이지 데 시에르보 세리에A CEO는 “프로 선수들은 클럽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번 결정은 세리에A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목표로 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축구의 해외수익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며,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주요 경쟁 리그들과 비교해 낮은 수치다. 세리에A는 이번 경기를 통해 리그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 한다. 단순한 한 경기가 아닌, 세리에A의 세계화를 위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팬들의 반발, 선수들의 피로 누적, 리그 정체성 훼손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가인 학생기자(학익여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