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사우디 ‘실세’ 빈 살만과 첫 단독 면담… ‘비전 2030’ 모빌리티·미래 에너지 ‘동맹’ 논의

정의선 회장(가운데)이 26일(현지시간)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을 찾아 신공장 건설 현황과 사우디아라비아 판매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 ｜현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중동 최대 경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27일(현지시간) 단독 면담을 가졌다. 정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중심으로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사우디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면담에서 정 회장은 사우디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한 핵심 협력 파트너로서 현대차그룹의 역할과 구상을 설명했다. 사우디는 기존 에너지 중심의 산업 구조를 제조업, 수소에너지 등으로 다변화하는 ‘비전 2030’을 추진하며 자동차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비전 2030 파트너’… 스마트시티·수소 협력 강화
정의선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정 회장은 현재 건설 중인 HMMME(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에 대해 “사우디 산업 수요와 고객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특화설비를 적용한 현지 맞춤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하며 “현대차그룹의 경쟁력 있는 사업역량을 기반으로 사우디의 기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제안하며 “현대차그룹은 신재생에너지, 수소, SMR(소형모듈원전), 원전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다각적인 사업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모빌리티를 넘어 에너지 분야까지 양측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동 첫 생산거점 HMMME 점검
빈 살만 왕세자 면담에 앞서 정 회장은 26일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 위치한 HMMME 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등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정 회장은 무더위 속에서 근무하는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생산 거점 구축은 현대차가 중동에서 내딛는 새로운 도전의 발걸음”이라며 “고온, 사막 등 이전의 거점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빌리티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부문에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HMMME는 현대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70% 지분을 보유한 합작공장으로,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생산규모 5만 대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한다. 현대차는 고온과 모래먼지에 대응하는 특화 설비를 적용해 중동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HMMME를 기반으로 사우디 전용 스페셜 에디션, SUV 라인업 확대, EV·HEV 등 친환경차 출시를 통해 사우디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네옴(NEOM)시티 수소 모빌리티 실증 사업, RSG(Red Sea Global) 관광단지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실증 등 사우디 주요 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