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후계자로 토트넘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이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차라리 이적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손흥민의 후계자로 토트넘 7번을 물려받은 사비 시몬스이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차라리 이적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잉글랜드) 네덜란드 윙어 사비 시몬스는 축구인생에서 가장 처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많은 기대 속에 손흥민(LAFC)의 뒤를 이어 토트넘의 영광스런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으나 팀 내 기여도나 활약은 몹시도 저조하다.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홈경기에서 0-1로 패해 선두 아스널 추격에 실패했다. 결과도 처참했을 뿐 아니라 경기력은 훨씬 충격적이었다.

토트넘은 안방 이점에도 불구, 첼시에 일방적으로 몰렸다. 부주장이자 센터백 미키 판 더 벤의 치명적 빌드업 미스가 첼시의 결승골로 이어진 것이 유일한 득점이었지만 첼시의 골 결정력이 좀 더 높았다면 훨씬 큰 스코어차로 패할 뻔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질타를 받는 이는 시몬스다. 전반 7분 중앙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됐으나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볼터치 54개, 패스 29개, 드리블 1회 시도, 볼경합 8회 성공 정도만 남긴 채 후반 28분 윌송 오도베르와 재교체됐다.

교체 투입된 선수가 다시 교체되는 건 축구에서 굉장히 굴욕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토마스 프랑크 토트넘 감독이 큰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로 시몬스의 퍼포먼스는 몹시도 좋지 않았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은 “시몬스가 가장 돋보인 장면은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를 넘어트리면서 옐로카드를 받은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유스 출신으로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와 RB라이프치히(독일)에서 폭풍 성장한 시몬스는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이 때만 해도 시몬스는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PSV에선 48경기에서 22골(11도움)을 터트렸고, 라이프치히에서도 첫 시즌 43경기를 뛰며 10골(13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33경기에서 11골(8도움)을 올렸다.

많은 팀들이 러브콜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여기엔 첼시도 있었다. 시몬스가 조건을 놓고 막판 저울질한 팀도 토트넘과 첼시였다. 그러나 프랑크 감독의 연락에만 응답했고, 토트넘은 손흥민의 후계자로 공격 2선 전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그에게 좋은 조건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진 시몬스의 영향력은 ‘제로(0)’에 가깝다. 공격포인트는 득점 없이 도움 1개에 불과하다. 토트넘 팬들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있다. “프랑크 감독과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EPL 템포와 속도에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모든 상황에서 너무 느리고 판단력이 좋지 않다”는 날선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반면 시몬스 영입전에서 토트넘에게 밀렸던 첼시 팬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심지어 “첼시는 불행을 가져오는 총알을 피했다”는 잔혹한 평가를 내렸다. 시몬스는 사실 토트넘에 입단하면서 불필요한 행동을 보였다.

토트넘 입단 영상에는 시몬스가 어디서인가 걸어온 전화를 받은 뒤 “소음은 듣지 말자. 토트넘이 중요한 연락을 해줬고, 내가 응답했다”는 말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엔조 마레스카 감독을 비롯한 첼시 구성원의 영입 노력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더 선’은 “지금까지 시몬스의 행적을 보면 차라리 프랑크 감독이 걸어온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했다”고 냉소를 보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