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HS 효성 부회장, “실리콘 음극재로 차세대 배터리 주도… 울산에 1.5조 투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에서 네번째)과 유미코아 CEO 바트 삽(왼쪽에서 세번째)이 벨기에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HS효성

HS효성그룹이 차세대 배터리 핵심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조현상 부회장이 강조해온 ‘기술과 지적자산 중심의 가치경영’ 기조에 따라, 벨기에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Umicore)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을 인수하고, 양사 간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거래 규모는 1억 2000만 유로(약 2000억 원)이며,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에 달하는 신소재로, 급속충전과 고용량 배터리 구현에 적합한 핵심 기술이다. 특히 충전 효율 개선과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 배터리팩 소형화 등에도 직결돼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제조사들이 집중 투자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HS효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5년간 약 1조 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첫 생산거점으로는 울산이 낙점됐다. 효성그룹의 모태인 울산공장은 과거 타이어코드, 아라미드 등 핵심소재 생산의 중심지였으나 대부분 사업이 해외로 이전된 상태다. 그룹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울산 내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리쇼어링을 통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원천기술과 AI를 활용한 지적자산 중심 경영이 미래 성장의 핵심”이라며, “고부가 소재 사업 확대를 통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유미코아를 여러 차례 직접 방문해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APEC 정상회의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계약 마감을 위한 미팅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해졌다.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향후 10년간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큐와이리서치는 해당 시장이 2024년 5억 달러에서 2031년 47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35년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로 확보한 원천기술이 반도체, 정밀화학,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스페셜티 화학 분야로도 확장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HS효성그룹은 기존의 타이어코드, 첨단모빌리티 소재, AI/DX 사업 외에도, 이번 음극재 인수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에너지, 방산 등 고성장 산업군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룹은 이 같은 다변화를 통해 고성장 사업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중장기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