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점용·위생 문제 ‘집중 관리’
“서면의 매력은 지키고, 불편은 줄인다”
“공존 가능한 상권 질서 재편 추진”
정비 되어진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 포장마차 거리 모습.

정비 되어진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 포장마차 거리 모습.


부산의 대표 도심 상권인 서면 포장마차 거리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부산 부산진구청(구청장 김영욱)은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 일대 포장마차의 불법 도로 점용, 쓰레기 방치, 위생 문제 등에 대해 시민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됨에 따라 합동 단속과 단계적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러한 조치는 포장마차의 오랜 역사성과 문화적 의미는 인정하되, 도시 이미지 훼손과 상권 질서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김 구청장은 또한 “이는 구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며 “상권 주체들과 협의를 통해 공존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 “불법 점용, 더는 방치 못 해”…합동 단속반 가동

서면 롯데백화점 후문 일대는 수십 년 동안 이른바 ‘거리 음식의 명소’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포장마차가 ▲보도와 차도 무단 점용 ▲청결 관리 소홀 △소음·주취 소란 ▲불법 전기 연결 등 문제를 야기하며 도심 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부산진구는 지난 10월부터 구청, 경찰, 소방서가 참여한 ‘합동 특별단속반’을 운영 중이다. 해당 단속반은 야간 집중 계도에도 나서고 있으며 단속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반복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에 이어 영업 철거·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김영욱 부산진구청장은 “포장마차는 도심 골목경제의 상징적 자산이지만 관리 부재로 도시 이미지가 훼손되고 시민 불편이 커지는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합법 운영 가능성을 최대한 모색하되 합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단계적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트 포장마차 시대 준비”… 대체 모델도 함께 논의

부산진구는 정비 이후 주변 공간 활용에 대한 중장기 계획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당장 철거만이 목적은 아니며 기존 업주의 생계권을 일정 부분 보장하면서도 상권과 공공이 공존할 수 있는 새 모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꼽히는 대안으로는 ▲공영 야시장형 ‘푸드트럭 허가제’ ▲야간 경관형 ‘보행전용 거리’ 조성 ▲문화공간 연계형 워킹 스테이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실행은 구청과 상인회, 포장마차 운영자 간 ‘도심공존 협의체’를 구성해 정비 후 연계될 도시 디자인 예산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영업을 시작한 서면 포장마차.

영업을 시작한 서면 포장마차.

◆ 시민·상인 반응 엇갈려

서면 포장마차 정비를 두고 시민과 상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부산 연제구 직장인 A씨(37)는 “정취는 있지만 환경이 너무 지저분해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 반면 경남 사천에서 온 B씨(31)는 “거리도 깨끗해지고 안전해져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부산대생 이모(24)씨는 “포차는 서면의 상징이니 철거보다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근 상가 업주 B씨(49)는 “쓰레기와 소음 등으로 매출 피해가 크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불법 영업 정리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도시 전문가들은 “철거 중심이 아닌 공존형 상권 재편이 필요하다”며 “서면의 문화·관광적 가치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서면의 매력은 지키고, 불편은 줄인다”

부산진구는 이 같은 조치를 ‘서면 도시정비 2.0’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거리 정화를 이유로 추진되는 이번 단속·정비는 단순히 불법 영업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침체된 서면 상권을 되살리고 미래형 도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실질적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욱 구청장은 “단속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포장마차 업주, 상인, 주민, 행정이 모두 참여하는 상생구조를 만들고 서면이 시민·관광객 누구에게나 쾌적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업주들의 생계가 걸린 사안인 만큼 대체 영업 공간과 지원 대책도 검토 중이며 서면 포장마차 문화의 관광 자원화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