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교체카드가 5장으로 늘어나면서 축구계의 창의력 저하와 빈부격차가 심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수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은 9일(한국시간) “유럽 주요 5대리그는 2018~2019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선수들의 경기당 스프린트 횟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경기 템포가 빨라진 탓인데, 2020~2021시즌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교체카드가 3장에서 5장으로 증가한 탓이 주 원인이었다. 당시 축구계는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약 3개월동안 소화하지 못한 리그 일정을 치러야 해 교체카드를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디 애슬레틱’의 보도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앙 모두 매 시즌 선수들의 경기당 스프린트 횟수(60분 기준)가 증가했다. EPL은 2018~2019시즌 194회에서 2024~2025시즌 235회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라리가는 186회에서 209회, 세리에 A는 171회에서 203회, 분데스리가는 175회에서 205회, 리그앙은 183회에서 218회로 급증했다.

5대리그 모두 2020~2021시즌을 기점으로 수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디 애슬레틱’은 “교체카드가 5장으로 늘어나면서 선수단 전체가 경기 중반 이후에도 전력으로 뛰게 됐다. 자연스레 경기 템포가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디 애슬레틱’은 전술 변화가 득보단 실이 많다는 분석을 내렸다. 경기 속도가 높아지면서 교체되지 않은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피지컬보단 기술을 앞세운 선수들이 공을 다룰 여유도 줄어든 까닭에 창의성보단 세트피스와 운에 의존하는 전술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디 애슬레틱’은 “많은 사람들이 빠른 템포로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만족스럽게 여기지만 축구의 기술적인 면에 점점 사장되고 있다. 테크니션들은 인위적으로 높아진 템포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며 “특히 EPL은 2025~2026시즌 들어 점점 수준이 아쉬워지고 있다. 창의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라 세트피스 의존도가 몹시 높아졌다”고 꼬집었다.

재정적으로 여유있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디 애슬레틱’은 “매 경기 가용할 수 있는 선수가 14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나면서 강팀들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2시즌동안 EPL에선 승격 클럽 6팀이 모두 강등됐다. 기존 팀들에 비해 스쿼드가 얇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