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공공기관 효율화 ‘뒷걸음질’… “기능 개선은 없이 다시 기관 늘렸다”

민선 8기 효율화 후 1년 만에 22개 기관 체계로 회귀
“본래 취지 무색, 시민 체감 변화도 없어”

기획재경위원회 반선호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사진제공=부산시의회)

부산시가 민선 8기 들어 강하게 추진한 공공기관 효율화가 기관 수 감축이라는 외형적 성과만 남긴 채, 정작 기능 개선이나 구조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효율화 완료 1년 만에 다시 출연기관을 신설하면서 정책 일관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부산시는 2023년 7월 공공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 해소를 명분으로 산하 25개 기관을 21개로 줄이는 효율화 방안을 단행했다. 그러나 2025년 2월에는 창업 기능을 통합한다며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을 새로 출범시켜 기관 수는 되레 22곳으로 늘었다. 효율화를 통해 기관을 축소하겠다던 기존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다.

지난 12일 열린 부산시의회 기획조정실 행정사무감사에서 기획재경위원회 반선호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출연기관 신설로 행정·재정 부담이 더 커졌고 부산시 스스로 효율화의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통합으로 효율을 높이겠다던 시정이 오히려 기관을 다시 늘려 비효율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설립 과정에서는 대내외 반대 의견과 정책 혼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시가 이를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시는 ‘원스톱 창업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출범 이후에도 핀테크·블록체인·청년창업·소상공인 창업 등 핵심 기능은 여전히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경제진흥원(경진원)에 분산돼 있어 통합 효과도 미흡한 상황이다.

반 의원은 “기관 수를 줄이는 것이 효율화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각 기관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시민 체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정성적 평가는 부산시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 곳은 부산경제진흥원이다. 반 의원은 “경진원은 지역산업 혁신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 핵심 기관이지만 주요 사업 대부분이 시의 개별 수탁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지적돼 온 수탁사업 의존 구조가 효율화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과 통상 진흥 사업은 경진원 창립 이래 핵심 기능임에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수탁 체계에 묶여 있다”며 “사업과 예산이 시의 위탁 방식에 종속돼 장기 전략을 수립하거나 지역 기반형 기획을 할 여력 자체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진원의 인력 운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반 의원은 “전체 직원 217명 중 107명이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특히 통상 진흥 분야는 28개 세부사업에 약 36억 원을 건별로 신청·집행·정산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라며 “현재 경진원은 스스로 기획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는 ‘집행 기관’으로 전락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시정연구 기능의 ‘일원화’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 의원은 “부산연구원으로 연구 기능을 통합했다고 하지만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구 여평원)은 여전히 저출산 종합계획 등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다”며 “관련 인력이 부산연구원으로 이관됐음에도 연구 기능이 이중화된 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공공기관담당관은 “현재도 공공기관 경영혁신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효율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답변했으나, 반 의원은 “수년째 반복되는 교과서적 답변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기능을 혁신하고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반 의원은 “공공기관 효율화는 기관 수 감축이라는 외형적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각 기관의 기능을 본연의 목적에 맞게 재정비하고 시민에게 실질적 변화를 제공할 구조 혁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