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9단(왼쪽)과 딩하오 9단의 4강전 대국모습                       한국기원 제;공

김지석 9단(왼쪽)과 딩하오 9단의 4강전 대국모습 한국기원 제;공



김지석 9단에게 걸었던 한줄기 꿈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귀포시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 2차전에서 김지석 9단은 디펜딩 챔피언 딩하오 9단에게 167수 만에 백 불계패 했다. 올해 한국 진영을 대표하며 마지막까지 버텨낸 선수였지만, 딩하오의 벽은 높았다.

초반 하변 전투에서 김지석 9단은 30여 수가 넘는 고차원 수읽기를 선보이며 어려운 국면을 잘 풀어나갔다. 하지만 중앙에서 한 칸 차이의 미묘한 실착을 딩하오 9단이 두텁게 응징하며 불리해졌다. 딩하오 9단의 안정적인 국면 운영에 김지석 9단은 역전의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했고, 종반에 차이가 더 벌어지자 힘없이 항서를 써야 했다.

김지석마저 무너지면서 올해 삼성화재배 결승은 딩하오 9단과 랴오위안허 9단의 중국 선수 맞대결로 확정됐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한국 선수 없이 중국끼리의 결승전이 치러지게 됐다.
초판 포석을 구상하고 있는 김지석 9

초판 포석을 구상하고 있는 김지석 9


대국 직후 딩하오 9단은 “지금까지 결과에 아주 만족한다. 결승전은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바둑에 전념하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딩하오 9단은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할 경우, 이창호 9단의 최다연속우승 기록인 ‘3연패’와 타이를 이루게 된다. 올해 기왕쟁패전, 창기배, 양밍배를 이미 석권하며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메이저 4관 도전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걸려 있다.

결승 상대 랴오위안허 9단은 이번이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 무대다. 두 선수는 2013년 입단 동기이기도 하다. 중국랭킹은 각각 1위와 13위지만 상대전적에서는 랴오위안허 9단이 오히려 10승9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결승 3번기는 16일 1국을 시작으로 매일 한 판씩 진행된다. 대회 30주년을 기념해 특별 무대로 꾸며진 휘닉스 제주 글라스하우스에서 최종 승부가 펼쳐진다.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한다.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 1분 5회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