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이 장편 기행가사 ‘어와 벗님네야 구경가자’를 발간했다. 사진제공 ㅣ 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이 장편 기행가사 ‘어와 벗님네야 구경가자’를 발간했다. 사진제공 ㅣ 국학진흥원




내방가사 최초 현대어 번역 단행본… 여성의 시선으로 기록한 20세기 여행기 재조명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근·현대 시기에 창작된 장편 기행가사 다섯 편을 현대어로 번역해 엮은 ‘어와 벗님네야 구경가자’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출간은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한 내방가사를 현대어로 번역해 단행본으로 선보인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번역서에는 여성들이 여행 경험을 가사 형식으로 기록한 「청량산유산록」, 「관해록」, 「종반송별(송별답가)」, 「관해가」 등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가사의 운율과 문학적 정취를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작업을 진행했으며, QR코드를 통해 디지털 원문 열람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울러 원문과 상세한 주석을 담은 교주본, 원문 영인까지 함께 실어 학술 연구 활용도도 높였다.

20세기 들어 여성들이 ‘내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사회 활동과 여행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내방가사에는 이들의 생생한 시대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봉화 청량산의 수려한 풍경과 영덕 바다의 장엄함, 경성·인천·포항 등 근대 도시의 활기, 기차·화륜선·백화점 등 새로운 문물에 대한 경탄 등 당시 여성들이 마주한 세계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내방가사는 한글 사용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던 시기 여성들이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한글로 기록하며 발전시킨 문학 장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던 여성들의 삶과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 자료이기도 하다. 이번 번역·출간을 통해 한글 문학의 가치와 전통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한글문화산업의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어와 벗님네야 구경가자 출간을 통해 내방가사를 더욱 많은 독자가 접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한글 고전문학의 현대어 번역과 출간 작업을 지속해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동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