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김규민(오른쪽)이 16일 대한항공과 홈경기 도중 얼굴에 공을 맞은 상대 김진영에게 사과하고 있다. 하지만 심판은 이를 네트터치라고 선언했다. 사진출처|네이버 중계화면 캡처

대한항공 김규민(오른쪽)이 16일 대한항공과 홈경기 도중 얼굴에 공을 맞은 상대 김진영에게 사과하고 있다. 하지만 심판은 이를 네트터치라고 선언했다. 사진출처|네이버 중계화면 캡처


대한항공 헤난 달 조토 감독(가운데)이 16일 현대캐피탈과 원정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대한항공 헤난 달 조토 감독(가운데)이 16일 현대캐피탈과 원정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V리그에서 황당한 판정 시비가 벌어졌다.

16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현대캐피탈-대한항공전 3세트 도중 대한항공 미들블로커(센터) 김규민이 강하게 때린 공이 현대캐피탈 센터 김진영의 얼굴을 맞고 관중석으로 향했다. 김규민은 즉시 네트 아래로 손을 내밀며 김진영에게 사과했다.

대한항공의 득점으로 끝날 듯했던 이 장면은 현대캐피탈의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뒤집혔다. 심판진은 공이 완전히 아웃되기 이전, 김규민이 사과를 하기 위해 김진영에게 팔을 뻗는 과정에서 네트를 건드린 뒤 상대 코트 쪽으로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이후 네트터치 반칙을 선언해 현대캐피탈의 득점이 됐다. 이 득점으로 점수는 20-20 동점이 됐다.

대한항공 헤난 달 조토 감독(브라질)은 “이런 상황에서 사과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이건 배구가 아니다”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헤난 감독에게 경고를 줬고,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부심은 “공이 관중석에 떨어지기 전에 김규민이 네트를 건드렸다”고 설명하며 원칙적 판정임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결국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해 선두(6승1패·승점 17)에 올랐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원칙상 김규민의 네트터치가 맞지만, 대한항공으로선 억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이번 해프닝이 이번 시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일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전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둘러싼 혼란이 벌어졌다. OK저축은행의 디미타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의 공격 범실에 대한 블로커 터치아웃 여부가 첫 판독에서 ‘노 터치’로 선언됐지만, 신영철 OK저축은행 감독의 강한 항의 이후 경기위원의 요청으로 재판독이 진행됐고, 결과는 뒤늦게 터치아웃으로 번복됐다.

이번에는 현대캐피탈 벤치가 격렬히 항의했고, 경기 분위기는 내내 어수선했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프랑스)은 경기를 1-3으로 패한 뒤 “실수 하나로 넘어갈 문제인지 모르겠다. 주심이 아닌 경기 감독관이 판정을 뒤집는 리그는 V리그가 유일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원칙만 놓고 보면 두 사례 모두 규정 위반이나 오판은 아니다. 문제는 판정이 내려지는 과정이 지나치게 어수선하고, 경기 흐름을 끊는다는 점이다. 당사자와 팬 모두에게 불필요한 혼란과 불신을 남긴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만큼 판정 관련 잡음이 반복되는 V리그에 경기 운영 프로토콜과 판독 체계의 일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