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의 에베리치 에제가 24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서 열린 토트넘과 EPL ‘북런던 더비’에서 해트트릭으로 4-1 대승을 이끈 뒤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출처|아스널 페이스북

아스널의 에베리치 에제가 24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서 열린 토트넘과 EPL ‘북런던 더비’에서 해트트릭으로 4-1 대승을 이끈 뒤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출처|아스널 페이스북


역대급 참사에 토트넘(잉글랜드) 팬들이 들끓고 있다. 하필 자신들에 해트트릭으로 비수를 꽂은 라이벌팀 선수가 에베리치 에제라는 점에서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토트넘은 24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철천지 원수’ 아스널에게 1-4로 참패했다. 아스널의 에제가 3골을 몰아치며 팀 대승을 견인했다. 토트넘은 히샬리송이 만회골을 터트렸으나 더 이상의 실점이 없었던 것에 감사해야 할 만큼 결과와 내용 모두 참담했다.

5승3무4패, 승점 18에 묶인 토트넘은 중위권으로 추락한 반면 아스널은 9승2무1패, 승점 29를 수확하면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EPL은 통상 ‘박싱데이’ 무렵의 순위가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진다. 지금의 하향세를 끊지 못하면 토트넘은 더욱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챔피언십(2부) 강등권을 살짝 벗어난

경기 후엔 감독과 선수 모두 사과하기 바빴다.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다. 팬들에게 사과한다. 아스널이 모든 면에서 우릴 압도했다. 상대의 압박을 우린 전혀 풀어나가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베테랑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 역시 “싸워야 하는 경기에서 우린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 수동적으로 라이벌전에 임했다”며 침통해했다.

그러나 팬들의 분노는 대단하다. 무엇보다 굴욕을 안긴 에제가 얄밉기만 하다. 그는 21세기 ‘북런던 더비’서 해트트릭에 성공한 최초의 선수다. 여름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은 당시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뛰던 에제의 영입에 거의 근접했었다. 6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구단 간 협상을 거의 마무리했고, 선수와도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다 돌연 상황이 바뀌었다. 카이 하베르츠의 부상 공백을 채워야 했던 아스널이 에제에 뒤늦게 관심을 드러냈고, 선수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뒤 6800만 파운드의 몸값에 영입을 확정지었다. 유럽 빅클럽들의 이적 과정에서 ‘하이재킹’은 흔하지만 토트넘과 아스널이 얽혔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에선 800만 파운드를 아끼려다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린’ 구단 수뇌부를 원망하고 조롱하는 게시글이 넘쳐난다.

역사적인 ‘북런던 더비’가 끝난 뒤 에제도 카메라 앞으로 불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글로벌 스포츠채널 ‘스카이스포츠’ 기자가 돌발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 아스널이 아니라 토트넘에 합류했다면 이 경기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에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그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저 팀을 돕게 돼 기뻤고, 승리할 수 있어 특별한 감정을 느꼈지만 대상이 토트넘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