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승 사냥에 또 실패하며 두 시즌 연속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 고진영. 뉴시스

올해 우승 사냥에 또 실패하며 두 시즌 연속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 고진영. 뉴시스


지난해 무려 7승을 거뒀던 넬리 코다(미국)는 2025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평균타수 2위를 차지하고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시즌 다승자가 지노 티띠꾼(태국·3승)과 야마시타 미유(일본·2승), 단 두 명에 불과할 정도로 올해 어느 때보다 혼전 구도가 펼쳐졌지만 코다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2023년 4승을 거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릴리아 부(미국)는 지난해 1승으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올해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12승을 합작했던 미국이 올해 고작 3승에 그친 것은 둘의 부진 탓이 컸다.

반면 지난해 3승을 수확했던 한국은 올 시즌 6승을 거두며 일본(7승)에 이어 최다승 2위를 기록했다. 김세영(32)이 5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13승을 신고했고, 2년 차 임진희(27)와 이소미(26)가 ‘2인 1조 팀 대항전’ 다우 챔피언십에서 함께 데뷔 첫 승 기쁨을 누리는 등 신구 조화가 돋보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의 황유민(22)은 추천선수로 나선 롯데 챔피언십에서 패권을 차지해 내년 미국 무대 직행 티켓을 따내는 알찬 열매도 얻었다.

하지만 일본에 단 1승 차로 최다 우승국 영예를 넘겨줬다는 점에서 우승에 실패한 고진영(30)과 최혜진(26)의 성적표가 아쉽다. 역대 최장기간(163주)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기록을 갖고 있는 고진영은 올 시즌 20개 대회에 나서 15번 컷을 통과해 톱10에 4번 진입했지만,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은 보여주지 못했다.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트 베케이션스 토너먼트에서 공동 4위에 오르고, 이어진 파운더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때만해도 지난해 무승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4월 JM 이글 LA 챔피언십(공동 7위), 셰브론 챔피언십(공동 6위)에서 반짝한 뒤 이렇다할 존재감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LPGA 투어 통산 15승을 수확한 고진영의 마지막 우승은 2023년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이었다.

데뷔 첫 승 문턱에서 또 다시 아쉬움을 삭힌 최혜진. 뉴시스

데뷔 첫 승 문턱에서 또 다시 아쉬움을 삭힌 최혜진. 뉴시스

2022년 투어에 입문한 최혜진은 올해도 데뷔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를 질주했지만 마지막 날 73타, 1오버파를 치고 연장 접전 끝에 공동 준우승에 머문 것이 뼈아팠다. 24개 대회에 나서 22번 본선에 진출, 톱10 9번을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지만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했다.

올해 두 차례를 포함해 데뷔 후 준우승만 3번 기록한 최혜진은 그동안 101개 대회에 출전해 617만9576달러(90억6000만 원)의 상금을 쌓아 ‘우승 없는 선수 중 통산 상금 1위’에 올라 있다.

아쉬움 속에 2025년을 마무리한 고진영과 최혜진, 둘은 내년 시즌 우승 갈증을 풀어낼 수 있을까.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