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어워즈와 K아티스트, 홍콩 피해 회복에 ‘67억’ 힘 보탰다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 여파로 현지에서 열린 마마어워즈는 불 관련 가사 수정, 불꽃 및 폭죽 효과 전면 중단, 검은 리본 착용 등 추모 분위기 속에서 엄숙하게 진행됐다. 사진제공 | CJ ENM

‘불’과 관련된 모든 가사가 긴급 수정됐다. 시상식의 대표 특효(특수효과)로 불리는 ‘폭죽, 불꽃’도 사라졌다. 모두가 검은 리본을 달았다. 화재 참사 구호에 써달라며 시상식의 주인공, 케이팝 아티스트와 그들의 소속사가 보낸 기부 액수는 67억원에 달했다. 홍콩에서 열린 케이팝 대표 대중음악 시상식 마마어워즈의 풍경이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엠넷 마마 어워즈가 예년과 사뭇 다른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시상식 직전 빚어진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주최 측과 참석 아티스트들은 화려함을 내려놓고 추모와 애도의 자세로 시상식을 치렀다.

추모 분위기는 무대 연출 및 긴급 가사 수정에서 두드러졌다. 28일 무대에 오른 그룹 미야오는 노래 ‘버닝 업’(Buring Up·타는 열정)을 ‘턴 잇 업’(Turn It Up·볼륨을 올려요)으로 바꿔 불렀다. 엠넷 ‘보이즈2플래닛’이 탄생시킨 그룹 알파드라이브원은 프로그램 시그니처 송이었던 ‘올라’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타올라”라는 후렴구 일부로 인해 해당 무대를 제외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들여 준비한 특별 무대도 과감히 취소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남성 그룹 사자보이즈의 실사판 무대가 대표적으로, 저승사자를 모티프로 하는 이들 콘셉트가 참사 상황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백지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자보이즈 실사 역은 보이넥스트도어의 이한과 라이즈 원빈, 투어스 신유, 제로베이스원 박건욱과 한유진이 맡을 예정이었다.

지난달 28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마어워즈 챕터1을 장식한 그룹 미야오 사진제공|CJ ENM

추모 분위기는 시상식 전반에 걸쳐 감지됐다. 불꽃과 폭죽 등 특수효과가 일체 중단됐고, 진행자와 시상자, 수상자 모두 무채색 계열 의상에 검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섰다. 올해 처음 진행을 맡은 배우 김혜수는 화려한 드레스 대신 단정한 검은 정장을 입고 무대에 서 “아직 우리에게 기적이 남아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마마어워즈를 주관한 엠넷과 모그룹 CJ는 화재 참사 지원 기금에 2000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38억 원을 기부했다. 시상식 참석 아티스트와 소속사들의 동참도 줄을 이었다. 하이브가 266만, SM엔터테인먼트 100만, JYP엔터테인먼트 200만, YG엔터테인먼트가 100만 홍콩달러를 기부했고, 지드래곤과 스트레이 키즈, 에스파, 라이즈, 아이들, 투어스, 보이넥스트도어 등 수상 아티스트도 각자 힘을 보태 눈길을 끌었다.

이번 마마어워즈와 연관된 기업과 아티스트의 기부 액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3561만 홍콩달러 우리 돈으로 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허민녕 기자 mignon@donga.com
박현빈 기자 bakhb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