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현장 인터뷰] 자칭 “운이 없는 선수”였던 이동경, K리그1 최고 선수로 우뚝…“이젠 그 말이 무색할 정도네요”

이동경은 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1 대상 시상식서 MVP에 올랐다. 동시에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휩쓸며 2관왕을 차지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운이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쁩니다.”

이동경(28·울산 HD)에게 ‘하나은행 K리그1 2025’ 최우수선수(MVP) 수상은 그간의 힘든 시간을 보상 받는 계기였다.

이동경은 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MVP에 올랐다. 동시에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휩쓸며 2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올해 김천 상무서 34경기 13골·11도움을 기록했고, 10월 전역 후 울산으로 복귀해 2경기 1도움까지 더하며 리그 최다 공격포인트(25개)를 기록했다.

이동경은 지난달 27일 공개한 자필 메시지에서 “난 스스로를 ‘운이 없는 선수’로 생각했다. 간발의 차로 기회를 놓치고, 그저 욕심만 남긴 채 끝났던 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실제 그의 커리어는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샬케04와 한자 로스토크(이상 독일)에서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고, 부상까지 겹쳐 2022카타르월드컵 출전도 허망하게 날렸다. 이동경은 그 시절을 “축구 인생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 회상했다.

그러나 바로 그 때의 경험이 자신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MVP 수상 후 이동경은 “아픈 시간을 통해 많이 발전했다. K리그로 돌아온 뒤에도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축구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K리그로 복귀한 지난 시즌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4월 입대 전 8경기서 7골·5도움을 기록했고, 군 복무 기간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이동경은 “입대 전엔 웨이트트레이닝을 좋아하진 않았다. 김천에서 팀 훈련과 웨이트를 병행하며 피지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은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마침 국가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중국전(3-0 승)서 득점한 데 이어 9월 미국 원정 평가전(2-0 승)서 감각적인 힐킥으로 물오른 감각을 뽐냈다.

그는 지난달 갈비뼈 부상으로 A매치 소집은 불발됐지만, 꾸준히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호출을 받고 있다. 생애 첫 월드컵 도전을 향한 야망도 숨기지 않는다. 그는 “회복이 완전하지는 않다. 하지만 2026북중미월드컵은 내 꿈이다. 철저히 몸을 관리해 반드시 목표를 이루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