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폴란드 오폴레에 유럽 생산거점 낙점…글로벌 ‘제조 삼각편대’ 완성

금호타이어가 유럽 생산기지 부지를 폴란드 오폴레(Opole)로 최종 확정하며 글로벌 경영의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과 베트남, 미국 조지아에 이어 유럽 현지 거점까지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북미-유럽’을 잇는 글로벌 제조 삼각편대를 완성하게 된 셈이다. 이번 결정은 날로 까다로워지는 유럽 통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현지 완성차 업체(OE) 공급망을 단단히 조이겠다는 정일택 대표이사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총 5억 8700만 달러(약 8606억 원)가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 시설 확충을 넘어, 브랜드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핵심 전초기지 구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금호타이어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유럽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다질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폴란드 오폴레 지역에 들어설 신공장은 투자 승인과 인허가 절차를 밟은 뒤 2028년 8월 첫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초기 1단계 생산 규모는 연간 600만 본으로 설정됐으며, 향후 시장 수요 변화에 발맞춰 단계적인 증설을 단행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투입되는 금액만 5억 8700만 달러(약 8606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역사다. 금호타이어는 그간 유럽 공장 설립을 위해 폴란드를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입지 조건과 투자 안정성, 인센티브 혜택 등을 면밀히 저울질해왔다. 막판까지 2개 후보지를 놓고 치열한 검토를 거친 끝에, 물류 인프라와 인력 수급 용이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오폴레가 최종 낙점됐다. 폴란드 정부가 제시한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유럽 내 공급 안정성 역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전 세계 타이어 소비의 약 25%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자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의 26.6%를 담당하는 핵심 전략지다. 그동안 금호타이어는 유럽 내 자체 생산 시설 부재로 인해 제품 공급의 리드타임 관리와 유연한 물량 대응에 물리적 한계를 겪어왔다. 이번 오폴레 공장 설립은 이러한 제약을 단번에 해소하고,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고인치 타이어와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HVP)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격전지인 유럽은 신차용 타이어(OE) 시장의 약 17%를 차지하는 중요한 무대다. 금호타이어는 이번 현지 공장 설립을 계기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의 협업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현지 생산을 통한 즉각적인 공급 대응이 가능해짐에 따라 신규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일택 사장은 “유럽 시장은 글로벌 타이어 산업에서 전략적 요충지”라며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공급 체계를 갖춤으로써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국내에서도 생산 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7년 말까지 연간 530만 본 생산 능력을 갖춘 함평 신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함평-조지아-오폴레’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 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