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대표원장

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대표원장


아버지가 대머리이면 아들도 비슷한 시기에 머리숱이 줄어드는 경우가 흔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모두가 안경을 쓰고 있었다면, 본인의 시력도 자연스럽게 나빠지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체질이 세대를 이어 닮아가는 질환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장년 남성에게 매우 흔한 전립선비대증 역시 이런 유전적 흐름을 따르는 질환일까요?

전립선비대증은 나이에 따라 매우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만, 이 질환 역시 유전적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역학 연구와 유전체 분석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의 발생에 39~72% 정도가 유전적 요인이 관여할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이는 탈모처럼 비교적 직접적인 방식으로 유전되는 질환과는 다르지만, 전립선이 커지기 쉬운 체질, 호르몬 자극에 민감한 반응성, 염증에 취약한 성향 등이 가족 구성원에게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향은 분명합니다. 즉, 전립선비대증에도 유전적 소인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전립선이 커지는 데에는 몇 가지 주요한 생리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첫째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민감도 차이입니다. 동일한 호르몬 수치라도 개인마다 전립선이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는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는 염증 민감성의 차이입니다. 어떤 사람은 감기나 비염이 반복되는 체질을 갖는 것처럼, 전립선도 염증이 쉽게 발생하는 체질일 경우 시간이 지나며 조직이 부풀어 오르고 비대가 진행됩니다. 셋째는 세포 증식 신호를 조절하는 능력의 차이입니다. 일부 전립선 조직은 증식을 멈추라는 신호에 상대적으로 약하게 반응해 나이가 들수록 점차 커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 역시 유전적 배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유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은 ‘가능성’을 제공할 뿐이며, 실제로 질환이 발현되고 악화하는 속도는 생활습관과 환경 요인에 크게 좌우됩니다. 비만, 운동 부족, 잦은 음주, 고염식, 수면 부족, 스트레스는 모두 전립선비대증의 진행을 촉진하는 요인입니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복부 비만, 배뇨 리듬의 불규칙성 역시 전립선에 부담을 주며,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더 빠르게 증상 악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이 이미 있는데 가족력 또한 동반하는 경우 나타나는 증상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밤에 여러 번 깨 화장실을 찾게 되거나, 잔뇨감이 지속되는 형태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하게 소변이 마려워 참기 어려운 증상도 빈번해집니다. 이러한 초기 변화는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기 쉽습니다만, 실제로는 방광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방광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고, 치료 효과도 감소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수분 섭취는 일정하게 유지하되 카페인과 야간 음료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조절을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전립선이 이미 요도를 눌러 배뇨 통로가 좁아진 상태라면 생활 조절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습니다. 증상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거나 가족력이 있어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치료적 개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전립선 결찰술의 2세대 방식인 ‘프로게이터(Progator)’가 치료 옵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터는 기존 1세대인 유로리프트(UroLift)와 유사한 비절제 결찰 시술입니다만, 구조와 기술이 개선되어 다양한 전립선 형태에 맞춰 핀을 수직 또는 여러모로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또한 요도 내부에 금속 앵커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결석 위험이 거의 없고, 앵커 수를 환자의 전립선 형태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경제성과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프로게이터는 열을 이용하거나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배뇨 기능과 성기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립선은 불편하지만 절제술에 대한 부담이 큰 환자, 전립선 크기가 중등도 수준이면서 기능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입니다. 또한 증상 재발 위험과 부작용 발생률이 낮은 점도 중요한 장점입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특히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더 일찍, 더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적 배경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길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으며,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선택한다면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유전은 바꿀 수 없습니다만, 전립선 건강의 미래는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느껴지는 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전립선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