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태 신지가 SNS를 통해 사이판 여행 근황을 팬들에게 전해 왔다. 한국은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사이판은 영상 27도의 날씨로, 여행하기에 딱 좋은 시즌이다. 사진출처 | 신지 인스타그램

코요태 신지가 SNS를 통해 사이판 여행 근황을 팬들에게 전해 왔다. 한국은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사이판은 영상 27도의 날씨로, 여행하기에 딱 좋은 시즌이다. 사진출처 | 신지 인스타그램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가, 별생각 없이 넘긴 사진 한 장이 마음을 붙잡는 순간이다.

코요태 신지가 사이판 여행 근황을 전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속 신지는 리조트 발코니에 서 있다. 산책로를 천천히 걷고, 절벽 앞에서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 설명은 길지 않고 일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 몇 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저곳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곳이라는 걸.

신지가 머문 숙소는 켄싱턴 호텔 사이판이다. 신지가 직접 인스타그램을 통해 밝혔다. 사이판 북부 해안에 자리한 이 리조트는 전용 비치와 넉넉한 부지, 바다를 향해 열린 구조로 유명하다. 객실 발코니에서는 수평선이 가까워 보인다. 리조트 안을 걷다 보면 잔디와 바다, 하얀 건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루를 꽉 채우지 않아도,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공간이다.

신지의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사이판의 익숙한 풍경들이 겹친다. 바다와 섬이 맞닿은 산책로, 발코니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절벽 위에서 굽이치는 파도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사이판 북부 해안의 전형적인 장면이다. ‘Håfa Adai & Tirow’라는 문구가 적힌 조형물 앞 사진은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사이판에 있다는 것을 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다.


사이판이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왜 하필 지금, 2026년 1월 초에 사이판이어야 할까.

이 시간의 한국은 계절적으로 지쳐 있는 때다. 숨 가빴던 연말연시가 지나갔나 싶지만 아직 남은 겨울은 길고 두껍다. 날씨는 더 차가워졌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는 연중 구간이다. 이때 떠나는 따뜻한 여행은 ‘즐기기 위한 여행’이라기보다, 숨을 고르기 위한 이동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사이판은 꽤 좋은 답이 된다. 1월 초의 사이판은 건기 한가운데에 있다. 비가 적고 습도가 낮다. 동남아 일부 지역처럼 갑작스러운 스콜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태풍 시즌과도 거리가 멀다. 여행에서 가장 큰 변수인 날씨 리스크가 거의 없는 시기다.

사이판은 1월 초가 되면 한 박자 느려진다. 연말연시 성수기가 지나가고, 리조트와 해변은 관광객의 밀도가 낮아진다. 붐비지 않는 휴양지를 기대할 수 있는 드문 타이밍이다. 이 시기의 사이판은 관광지라기보다 머무는 공간에 가깝다.



시차가 거의 없다는 점도 사이판의 강점이다.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 시차적응 같은 것을 걱정할 일이 없다. 사이판은 확실히 몸이 덜 피곤한 해외 여행지다.
그래서 이 시기의 사이판에서는 ‘무엇을 할지’보다 ‘어떻게 쉴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마이크로 비치는 수영이나 해변 산책에 알맞고, 물이 얕아 오래 머물러도 부담이 없다. 리조트 전용 비치에서는 선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흘러간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하루는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는 관광지라기보다 동네 공원에 가깝다. 현지인들은 조깅하고, 여행자들은 그늘에 앉아 쉬어간다. 반자이 클리프 같은 북부 해안 절벽에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시간이 흐른다. 이 섬에서는 침묵조차 일정이 된다.

사이판에서 참치 포케는 꼭 먹어보자. 태평양에서 잡은 참치를 큼직하게 썰어 간단히 양념한 음식인데, 더운 날씨에 특히 잘 어울린다. 차모로 전통 음식인 켈라구엔도 산뜻한 맛을 낸다. 저녁이 되면 차모로 바비큐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달콤한 소스에 구운 고기를 앞에 두고 하루를 정리한다. 사이판에서는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어디에서 먹었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바다를 보며 먹은 한 접시, 해 질 무렵 테라스에서 마신 음료 한 잔이 기억을 완성한다. 사이판의 음식들은 추억의 위장 속에 오래 머문다.

한겨울의 한국을 잠시 벗어나 계절을 건너뛰고 싶다면, 지금의 사이판은 무리 없는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