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지방소멸 위기의 원인을 인구 통계가 아닌 지방정치의 부재와 재정 구조의 한계에서 규명한 신간이 출간됐다. 나라살림연구소 우지영 수석연구위원은 신간 ‘사라지는 것은 인구가 아니라 정치다’를 통해 지역 위기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구가 줄어듦에도 지방재정 규모가 도리어 커지는 역설적 현실을 짚어낸다.

중앙정부가 수립한 지침과 공모사업을 수동적으로 대행하는 구조에서는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공론화하기 어렵다. 이 책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도록 정치적, 재정적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지역정당 설립과 지방분권, 재정개혁을 구체적 대안으로 내놓는다.

책은 예산서와 조례안을 다루는 현장 실무자들을 위한 지침을 상세히 담았다. 조례 문구 한 줄이 유발하는 재정적 구속력과 공간 구조의 변화를 추적하고, 행정사무감사에서 예산 낭비를 막는 질문법을 명시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주민참여예산을 구조적 혁신으로 연결하는 실무 체크리스트도 포함했다.

선거와 공약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도 주요하게 다룬다. 저자는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추상적 구호나 백화점식 사업 나열을 비판하며, 주민의 생활 동선과 세대별 타임라인을 반영한 한 장짜리 공약 설계도 작성을 제안한다. 공약을 임기 4년 동안 사후 검증을 거치는 실행 계약서로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예산은 정치의 집약체다”라며 “예산서의 한 줄, 한 페이지는 이 지역에서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후순위로 미룰 것인가에 대한 엄중한 선택의 기록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인구가 급감하는 지역일수록 이러한 선택은 더욱 날카롭고 정교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설계는 중앙, 집행과 부담·갈등 조정은 지방이라는 한 줄이 거의 모든 정책에서 반복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방은 이제 남이 그려준 도면을 따라 집을 짓는 ‘행정 하청업자’의 지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이 지역에서 무엇을 끝까지 지키고 무엇을 과감히 포기할 것인가’라는 가장 정치적인 질문을 중앙의 설계도 뒷면에서 다시 꺼내 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경고등이 켜진 지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뿐 아니라 지역의 자생력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정독해야 할 필독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