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재즈 피아노의 시인 빌 에반스의 전설적인 3대 명반이 한정판 엘피 박스세트로 음악 팬들을 찾는다. 루미(Loomy)가 선보이는 이번 박스세트는 3장의 엘피와 함께 24쪽 분량의 일러스트 및 전기를 담은 아트북으로 구성됐다. 이번 패키지는 2026년 리마스터링을 거쳐 화이트, 핑크, 오렌지 3가지 색상반으로 제작됐으며 500세트 번호 매기기 한정판으로 발매됐다.

이번 박스세트에 포함된 1959년작 ‘Everybody Digs Bill Evans’는 에반스의 두 번째 리더작이자 피아노 독주 앨범이다. 트리오 연주곡 6곡과 독주곡들이 짜임새 있게 담겼다. 특히 독주곡 ‘Peace Piece’는 쇼팽과 드뷔시 등 고전 음악가들의 작품과 비교되며 수많은 클래식 음악가가 녹음하기도 했다. 이 앨범 이름은 2026년 유럽과 북미에서 개봉한 빌 에반스 전기영화의 제목으로 쓰여 화제를 모았다.

1960년에 발매된 ‘Portrait in Jazz’는 베이시스트 스콧 라파로, 드러머 폴 모티안과 결성한 트리오의 첫 번째 스튜디오 작품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협업 앨범 ‘Kind of Blue’ 이후 8개월 만에 녹음된 이 음반은 모던 재즈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라파로의 베이스는 기존의 반주 악기 역할에서 벗어나 피아노와 거의 동등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앨범은 발라드를 포함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한 스윙감을 강하게 분출한다.

앨범 수록곡 중 ‘Peri’s Scope’는 당시 여자친구 페리 커즌스에게 헌정된 곡으로 여러 유명 아티스트가 재녹음했다. 마지막 트랙 ‘Blue in Green’은 데이비스와 에반스의 공동 작곡으로 표기됐으나 두 예술가 사이에 저작권 분쟁을 일으키며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이 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삽입곡 ‘Someday My Prince Will Come’ 역시 에반스의 음악 경력 전반에서 핵심 레퍼토리로 활약했다.

1962년작 ‘Waltz for Debby’는 빌 에반스 트리오의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라이브 음반이다. 조카를 위해 만든 타이틀곡 ‘Waltz for Debby’는 원래 피아노 솔로곡이었으나 트리오 버전으로 연주되며 피아노 트리오의 모범을 제시했다. 연주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돋보이는 이 명반은 재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실황 녹음으로 인정받는다.

베이시스트 라파로는 빌리지 뱅가드 공연을 마친 뒤 열흘 만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동료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에반스에게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안겼고 그는 한동안 은둔 생활을 보냈다. 재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의 음악적 정수가 단 500명의 음악 팬들에게만 허락되는 특별한 선물이 될 전망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