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카드 라이프] 신용카드=빚? No!… 돈 버는 카드가 왔다

입력 2011-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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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녀 카드생활 탐구

● 똑소리 나는 카드女

3장의 카드로 적재적소 ‘깨알같은 재테크’
월 120만원 지출…1년 45만 6000원 절약

● 딱지 맞은 현금男

“남자는 현금이지”… 교통카드 사용만
똑같은 지출 불구 1년 고작 6만원 절약

오늘 ‘즐거운 카드라이프’의 주인공은 섹시한 외모, 여우같은 재테크로 사내 돌쇠남들의 가슴에 불을 활활 지르고 있는 ‘카드녀(30·여·미혼)’씨.

카드녀는 현재 3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

여러 장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이유는 ‘폼’ 때문이 아니다. 월 소비 지출 규모에서 최대의 효용을 얻기 위한 생활의 지혜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아담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카드녀의 아파트 관리비는 월 20만원. 깔끔하게 ‘KB국민 와이즈홈카드’로 결제해 깨알 같은 1만원을 아꼈다. 단골로 다니는 대학로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두 잔이나 우아하게 마실 수 있는 돈이다.

마트 갈 때도 ‘KB국민 와이즈홈 카드’가 제 몫을 발휘한다. 월 15만원 지출에서 5000원을 할인받았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붐이 일고 있는 우클렐레 학원비 10만원도 ‘KB국민 와이즈홈 카드’로 5000원을 벌었다.

음식점에서는 ‘it Play카드’가 제격이다.

월 20만원 음식비를 카드로 결제해 받은 할인액은 6000원. 월 15만원의 자동차 주유비도 ‘it Play카드’로 결제해 4500원을 아낄 수 있었다.

인터넷 사용료, 스마트폰 요금 등 통신비 30만원은 ‘KB국민 노리체크카드’를 이용했다. 2500원 할인을 받아 29만7500원을 결제했다.

이렇게 해서 카드녀는 월 120만원의 지출 중 3만8000원을 덜 낼 수 있었다. 총 지출의 약 3.2%를 아낀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1년이면 45만6000원의 만만치 않은 액수가 된다.

카드녀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노총각 ‘현금남(35·남·미혼)’씨.

10대 시절 “남자는 주먹이다”를 외쳤던 현금남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남자는 현금이다”로 모토를 바꾸었다. 언론에서 떠드는 ‘카드 포인트’니 ‘카드 할인’이니 하는 얘기들은 쫀쫀한 인간들이나 귀 기울일 일이라고 여겼다.

계산할 때 두툼한 지갑을 뒷주머니에서 스윽 뽑아 현금을 내는 것이 진정한 남자의 멋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금남의 남다른 현금사랑은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TV 명화극장에서 본 서부극의 영향이 컸다.

모래바람이 이는 하드보일드풍의 서부 마을. 휘파람 배경음악과 함께 여닫이문을 당당하게 열고 술집에 들어선 건맨, 클린트 이스트우드. 느닷없는 이방인의 등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저벅저벅 지나가서는 바텐더에게 “위스키”하며 지폐를 던지듯 테이블 위에 툭 내려놓는 모습이 얼마나 멋이 있던지!

훗날 몇 번인가 계산대에 돈을 던졌다가 까칠한 주인에게 한 소리 들은 뒤 이런 행위는 자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금남에게 현금은 남자의 로망이자 터프가이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금남이 카드를 사용할 때는 지하철, 버스를 탈 때뿐이다. 처음에는 천원짜리를 이용했지만, 매번 지폐를 준비하는 일이 번거로운데다 어느 날 한 번 만원짜리 지폐밖에 없어 기사 아저씨에게 곤욕을 치른 뒤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현금남에게 카드는 곧 ‘교통카드’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월 120만원 지출 중 현금남이 아낀 돈은 대중 교통비를 카드로 결제해 얻은 5000원이 전부. 1년이라고 해봐야 6만원이 고작이다.

겨울을 부르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던 어느 날. 현금남은 큰마음 먹고 카드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보기 좋게 딱지를 맞고 말았다. 경제관념이 빈약한 남자는 시대에 뒤떨어져 보여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금남은 최근 바꾼 최신형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며 자신이 얼마나 스마트한 남자인지를 침까지 튀겨가며 주장했으나, 또박 또박 하이힐을 울리며 멀어져 가는 카드녀의 뒤태를 바라보며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을 매단 채 술집 문을 나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음에 진한 교훈이 아로새겨졌다.

“현금은 순간의 폼이고, 카드는 영원한 사랑이로구나.”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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