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기자출신 막일꾼의 유쾌한 ‘노가다 이야기’

입력 2017-09-21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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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이 살아있네 (성리현 저 ㅣ 리얼기획)

저자는 막노동판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막일꾼(잡부)’이다. 놀랍게도 그는 스포츠신문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기자 출신이다. 저자 성리현(54)씨는 막노동 현장에서 실제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엮은 책 ‘땀방울이 살아있네’를 펴냈다.

‘우리시대 막노동판 소소한 풍경들’이라는 부제처럼 이름없는 중년·노년 인부들의 땀과 웃음, 막걸리 한 잔에 담긴 농담까지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준비없이 퇴직에 내몰린 베이비붐 세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난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퇴직 이후 여기저기 기웃대다 쉰 살 훌쩍 넘어 막노동판에 발을 들이게 됐다. 세상 어딜 가나 사람 내음이 먼저더라”며 털털 웃는다.
“책을 낼까 말까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결국 동료 인부들 생각에 자판기를 두드리게 됐다.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온종일 하면서도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또 일하러 나오는 분들, 그들의 정직한 땀과 치열한 이력, 따뜻한 인간미를 담아보고 싶었다.”

‘땀방울이 살아있네’에는 총 40편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져 있다. 웃다가 찡하다가 훈훈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의 연속이다. 국내 최초의 막노동 에세이다.

150cm에 40kg도 안 되는 작은 체구지만 ‘막노동판 등소평’이라 불릴 정도로 근력을 쏟아내는 인부, 월수입이 3000만원이 넘는 중년 인부가 당당하게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광경, 40kg짜리 시멘트포를 하루에 200포나 나르는 속칭 ‘곰빵전문’ 인부의 애환, 미래의 타일여왕을 향해 정진하는 젊은 처자의 통통 튀는 사연, 저자가 두 살 연상의 도배전문 여인과 엮어가는 애틋한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기자 생활할 때 흘린 땀은 비교도 안 될 만큼 땀의 무게가 다르다”라는 저자는 “처음엔 막노동 하는 게 창피했지만 이제는 먼지 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성리현씨의 인생2막은 당당한 일용직 막노동꾼으로 진행 중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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