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카드’ 낙인 “하나카드 해지하겠다”

입력 2021-04-07 17:4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사진제공 l 하나카드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사진제공 l 하나카드

‘여성혐오·폭언’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자진사퇴 후폭풍
사내회의서 “룸살롱 여자같은 카드” 운운
고객들 “최고경영자 수준이 저 정도라니”
하나은행 지점장, 대출신청 女고객에 술강요 논란
여성혐오 및 폭언을 한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의 자진 사퇴 후에도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여성혐오 및 폭언을 한 자체가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 것이다. 장 사장이 사내 회의에서 한 발언의 음성파일이 보도돼 논란이 됐다. 먼저 임원회의에서 “우리가 여자를 구할 때 예를 들어 룸살롱에 가거나 어디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예쁜 여자야.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어요. 오늘 갔을 때 옆에 앉으면 20만 원 얼마, 시간당 얼마 이렇게 차지(charge)가 정확하잖아”라고 했다. 또 “아무리 예쁜 여자여도 내가 하루 오늘 즐겁게 놀건 모르겠지만 이 여자하고 평생 간다고 했을 때 너 그런 여자랑 평생 살겠냐. 안 살지. 무슨 이야기냐면 카드를 고르는 일이라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이라고 했다.

즉 ‘룸살롱 여자’ 같은 카드가 아닌 ‘같이 살 와이프’ 같은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장 사장의 발언 요지다. 또 다른 회의에서는 직원에게 “사장한테도 이렇게 가리네? 자료를. 야 XX야”, “저 XX들이. 너희 죽여버릴 거야, 아주” 등의 폭언을 하기도 했다.

여성혐오
 및 폭언을 한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의 사퇴 후에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 지점장 논란까지 터지면서 
하나금융그룹의 내부통제 기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의 야심작 ‘멀티’ 시리즈. 사진제공 l 하나카드

여성혐오 및 폭언을 한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의 사퇴 후에도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 지점장 논란까지 터지면서 하나금융그룹의 내부통제 기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은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의 야심작 ‘멀티’ 시리즈. 사진제공 l 하나카드


룸살롱으로 낙인찍힌 ‘모두의 기쁨’과 ‘멀티’ 시리즈

장 사장의 언행 탓에 하나카드 상품들이 ‘룸살롱 카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특히 장 사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모두의 기쁨’과 ‘멀티’ 시리즈의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됐다. 각각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별 맞춤형 모바일 전용 카드, 기존 신용카드와 모바일 카드의 결합이라는 획기적인 기획은 온데 간 데 없고 오로지 룸살롱 이미지로 낙인찍혀 해지 절차를 밟겠다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하나카드를 해지하겠다는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외환카드 쓰다가 강제로 하나카드로 이어졌는데 이 정도 수준일 줄은. 기존 카드 모두 해지할 예정”,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저런 예시를 들고, 부하 직원에게 욕을 하는지”, “최고경영자 수준이 저 정도니 그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저렴할지” 등이 그 예다. 여기에 여성, 소비자,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하나카드 측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장 사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퇴한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하나은행 지점장 논란까지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하나은행 지점장 논란이 터지면서 하나금융그룹이 내부통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 지점장 논란은 하나은행의 한 지점장이 대출을 신청한 자영업자 여성 고객을 사적인 술자리에 불러 술을 마시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돈 급한 고객 불러다 술접대 하게 하는 게 영업이냐’는 피해자 측 호소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확산됐다. 피해자 측은 “술을 안 먹는다고 했더니 대리를 불러줄 테니 술을 먹으라고 반말을 했다”며 “접대 여성처럼 여기는 듯한 말에 모욕감을 느꼈고 두려움에 자리를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측은 “관련자를 즉시 대기발령 조치했고 현재 사실 확인을 진행 중이다. 지점장에게 관련 내용을 들은 뒤 양측의 주장을 비교할 것”이라며 “해당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