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인수합병 등 삼성전자의 굵직한 의사결정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 만큼 온전한 경영 복귀는 어려울 전망이다. 동아일보DB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수감 207일만에 가석방
“국가경제 등 고려”…13일 자유의 몸으로
美 반도체 투자·글로벌기업 M&A 탄력
해외출장 제한 등 현장 경영복귀 힘들어
경제단체들 “환영 속 사면 안돼 아쉬움”
부당합병 등 재판 남아 재수감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풀려난다. 법무부는 9일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명단에 포함했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을 앞둔 13일 자유의 몸이 된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국가경제 등 고려”…13일 자유의 몸으로
美 반도체 투자·글로벌기업 M&A 탄력
해외출장 제한 등 현장 경영복귀 힘들어
경제단체들 “환영 속 사면 안돼 아쉬움”
부당합병 등 재판 남아 재수감 가능성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투자와 인수합병 등 삼성전자의 굵직한 의사결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제약이 많은 만큼 본격적인 현장 경영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재판으로 재수감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삼성 투자 시계 빨라지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종료된 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기의 60% 이상을 채운 이 부회장은 완화된 심사 기준에 따라 이날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다. 재계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일제히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환영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평을 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재계에선 이번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20조 원에 달하는 미국 반도체 투자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구체적인 투자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주 정부와 인센티브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투자 결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투자가 늦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시장 환경은 삼성전자에 점점 더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경쟁사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앞 다퉈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미국에 이어 일본과 유럽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미국 등에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설까지 나왔다.
현장 경영 복귀는 어려워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전장 등 차세대 사업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이 없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00조 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인수합병 움직임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수년 동안 M&A 대상을 신중하게 검토해왔으며, 많은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고, 지난달에는 “인공지능(AI), 5G, 전장 사업 등 다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이런 빅딜에 속도를 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가석방된다고 해서 당장 현장 경영 일선에까지 나서기는 어렵다. 가석방의 경우 활동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사면은 형 집행이 면제되는 만큼 온전한 경영 복귀가 가능하다. 반면 가석방은 형기가 남아 있어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동안 취업제한을 받고, 해외 출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가 그동안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이유다.
재수감 가능성 등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 부회장은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재판도 19일부터 열린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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