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가계부채 급증, ‘금융불균형’ 우려
백신접종 확대로 경제 회복세 기대
변동금리 대출자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아진 기준금리가 0.75%로 인상되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백신접종 확대로 경제 회복세 기대
변동금리 대출자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3월 1.25%에서 0.75%로, 5월에 0.5%로 추가 인하한 이후 9번의 동결을 거친 끝에 15개월 만의 인상이다. 금리 인상만 놓고 보면 무려 2년 9개월 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로 늘어난 부채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겨 실물 경기와 금융자산 가격 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 등 ‘금융불균형’을 가져왔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더 이상 초저금리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내 경기 회복세가 탄탄하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수출과 투자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민간 소비가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2030 ‘영끌’·‘빚투’족, 자영업자 고민 커져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은행의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5%에 이른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부담은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술적으로 0.25%p 인상되면 추가로 낼 이자가 3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상환능력 이상으로 빚을 끌어다 쓴 2030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전망이 어둡다. 주식시장의 경우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증시를 이끌었던 유동성 파티가 주춤할 수 있어 주식시장 하락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도 전일 대비 18.28포인트(0.58%) 내린 3128.53에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아 각종 영업 제한 조치로 장사는 안 되고 빚만 늘어나는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현재의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실질 기준금리도 여전히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고, 이번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의 기조적인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례적인 완화의 여건이 1년 반 정도 지속되다보니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불균형인데 저금리가 끌고 온 양면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고 경기 개선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해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는 10월 12일과 11월 25일 두 차례 남았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