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서울 은평구 북가좌동 일원에서 열린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 회장 등 MBK 주요 경영진과 주주들의 해외 국적이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고려아연은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 등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외국인 투자 시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로 판단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MBK, ‘외국인 지배회사’ 해당 여부가 핵심 쟁점
법조계에서는 MBK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제19조 1항 1호 나목에서 정의하는 ‘외국인 지배회사’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당 조항은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주요 주주나 주요 지분권자와의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하여 조직변경 또는 신규사업에의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회사’를 외국인 지배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MBK의 경우, 외국인 신분인 김병주 회장이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으로서 ‘비토권’을 행사하는 등 사실상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 업무 집행자 중 한 명인 부재훈 부회장 역시 외국인이다. 이와 더불어 김병주 회장과 해외 사모펀드인 다이얼캐피털이 MBK 지분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상당수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MBK가 외국인 지배회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고려아연에 대한 MBK의 인수 시도는 외국인 투자로 간주되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MBK는 과거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인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인수한 사례를 들어 외국인 투자 논란을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산공작기계는 MBK 인수 당시에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지 않았던 기업으로, 인수 이후에 국가핵심기술이 지정되었다는 점에서 고려아연과는 차이가 있다.
●6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시도 무산
MBK는 올해 6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당시 MBK의 회장, 대표업무집행자, 주요 주주 등이 외국인이라는 점이 인허가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사업법상 외국인의 항공운송 사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에도 MBK의 외국인 구성이 M&A 과정에서 논란이 된 사례가 있는 만큼, 고려아연 인수 시도 역시 외국인 투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MBK의 경우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정의한 외국인 투자 조항에 대한 법적 문제 제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주무부서인 산업부 등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합병과 관련해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외국인 현황과 MBK파트너스의 세부 지분구조, 지배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MBK가 단순히 한국에서 등록된 법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법 조항을 꼼꼼히 살펴보면 지배회사로 간주되면서 외국인 투자 조항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외국인 투자 논란, 비밀유지계약 위반 가능성,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외국인 투자 여부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MBK의 M&A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로 판단될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중지·금지·원상회복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