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전쟁부,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핵심광물 통합제련소를 건설한다. 설비 투자 기준 약 10조원이 투입되며,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한 총 투자 규모는 11조원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다각화의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는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미국 연방정부와 민간 투자를 기반으로 테네시주에 약 65만㎡ 규모의 제련소를 조성하고, 고려아연의 미국 내 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새로 들어서는 제련소는 아연과 연, 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은 물론 금과 은 같은 귀금속,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전략광물을 함께 생산하는 통합 설비로 구축된다.

미국 제련소는 2026년 부지 조성과 기반 공사를 시작으로 2027년 착공에 들어가며,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과 상업생산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간 약 110만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톤 규모의 비철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총 13종의 생산 품목 가운데 11종은 미국 지질조사국이 발표한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된 자원으로,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높은 광물들이다.

입지로 선택된 테네시주 클락스빌은 제련소 운영에 필요한 지반과 배수, 지하수 여건이 우수하고 물류 접근성도 좋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가 수십 년간 가동돼 온 곳으로, 아연 공정에 익숙한 숙련 인력을 고용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고려아연은 기존 니어스타 클락스빌 제련소 인수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르렀다. 전력 공급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아 전력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번 투자는 고려아연이 북미에 전략적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정책과 규제의 예측성이 높은 미국에서 생산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지정학적 변수와 수출 규제, 물류 차질 같은 글로벌 리스크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다. 미국 현지에서 원료와 스크랩을 조달해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미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 반도체, 방위산업이 집중된 세계 최대 핵심광물 수요처다. 반면 제련시설의 노후화와 폐쇄로 자국 내 공급 여건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인듐과 갈륨 등 일부 광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급망 자립 전략과 맞물리며 상징성을 갖는다.

자금 조달 방식 역시 장기적 협력을 전제로 설계됐다. 미국 전쟁부와 투자자들이 함께 마련한 21억5000만달러가 우선 투입되고, 고려아연은 이를 바탕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제련소 건설과 운영을 맡는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2억1000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생산 확대 물량 가운데 일부에 대해 우선 매수 권한도 확보하게 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이번 프로젝트가 미국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거래라고 평가하며, 항공우주와 국방, 반도체, 인공지능, 자동차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광물을 미국 내에서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 역시 이번 투자가 미국 제련 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며, 테네시주에서 약 7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미국 제련소에 적용할 계획이다. 초기 단계부터 핵심 인력을 파견해 운영 안정성을 빠르게 확보하고 기술적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내 통합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고려아연은 항공우주,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글로벌 정세와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등이 맞물리는지금이 미국 진출의 최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