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합제련소가 고려아연에 기회가 된 이유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통합제련소 프로젝트가 글로벌 핵심광물 시장 재편 국면에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성과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릴 전략적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력과 미국 정부의 정책·재정 지원이 맞물리며 사업 기반이 탄탄해졌다는 분석이다.

클락스빌 통합제련소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기조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정책 지원과 인허가 협조를 적극 활용해 제련소 건설과 상업운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재정 인센티브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45X 조항에 따라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핵심광물에 대해 제조비용의 10%를 세액공제로 지원받을 수 있어 원가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 여기에 OBBBA에 따른 보너스 감가상각 제도가 적용되면서 대규모 자본적지출을 즉시 비용 처리할 수 있어 초기 조세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연방정부 지원에 더해 테네시 주정부 등이 제공하는 각종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합산하면 정부 지원 규모는 총 14억4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13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클락스빌 통합제련소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미국 정부로부터 ‘신뢰 가능하고 안정적인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됐다. 장기공급계약 체결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방산 등 국가 핵심 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커졌다.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클락스빌 통합제련소는 북미 핵심광물 수요를 직접 흡수하는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 반도체, 방위산업 등 첨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 내 핵심광물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과 국제에너지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구리 수요는 2024년 180만 톤에서 2040년 245만 톤으로 약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아연 수요도 82만 톤에서 104만 톤으로 약 27%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2024년 기준 미국의 자체 공급량은 구리 약 100만 톤, 아연 약 22만 톤에 그친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을 선점해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핵심광물을 국가안보 자산으로 다루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추면서 사업 안정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클락스빌 통합제련소 프로젝트는 50년 이상 축적한 제련 기술과 사업 노하우에 미국 정부의 정책·재정적 지원이 결합된 사례”라며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사업성은 극대화해 글로벌 핵심광물 시장에서 고려아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